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집행부 인사가 5년 만에 대거 물갈이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공식집권 10년 차에 노동당 인사의 세대교체가 확실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6일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에 따르면 전날 시작된 노동당 제8차 대회의 집행부 인사는 제7차 당 대회와 비교해 70% 이상이 교체됐다.
당 대회 집행부 전체 인원은 김 위원장을 포함해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박정천·김재룡·리일환·최휘·박태덕·김영철·최부일·김수길·태형철·오수용·김형준·허철만·박명순·조용원·김여정·김정관·정경택·김일철·임철웅·리룡남·김영환·박정남·양승호·리주오·동정호·고인호·김형식·최상건·오일정·김용수·리상원·리영길·김명길·강윤석 등 총 39명으로 유지했다.
그러나 기존의 제7차 당 대회 집행부 인사 10명을 제외한 29명(74.4%)이 모두 새로운 인사로 바뀌었다. 특히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집행부 명단에 포함됐다.
제7차 당 대회에 이어 이번에도 집행부 자리를 지킨 인사는 김 위원장을 비롯해 최룡해·리병철·김덕훈·박봉주·리일환·김영철·최부일·오수용·최상건 등 10명이다. 이들 중 최상건을 제외한 8명은 제8차 당 대회 주석단 1열에 김 위원장과 함께 배치돼 당 내 위상을 재확인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과 함께 당 대회 주석단 1열에 앉은 인사는 기존 당 집행부 인사 8명과 더불어 강형준, 박태덕, 최휘, 김재룡, 박정천, 김수길, 태형철, 최철만 등 16명이다. 김 제1부부장과 조 제1부부장은 2열에 배치됐다.
당 대회 집행부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은 주로 김정은식 성과 위주의 승진 인사를 통해 세대 교체한 인물이다.
박정천 군 총참모장은 지난해 김 위원장의 무한한 신임을 받으며 초고속 승진한 인물로 유명하다. 박 총참모장은 지난해 5월 차수 계급장을 받았고, 같은 해 10월에는 태풍 피해 복구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원수 칭호를 부여받았다.
박정남 강원도 당 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추진 중인 지방자립체제의 선두주자로 평가된다. 지난 2019년에는 도당위원장으로는 이례적으로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수행담에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경제·과학교육 부문 인사들도 대거 포함됐다. 김덕훈 내각 총리, 박봉주 당 부위원장, 김일철 등 내각 부총리 전원 그리고 최상건 당 과학교육부장 등도 집행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강윤석 중앙재판소장, 김명길 중앙검찰소장 등 사법기관 인사들도 명단에 포함됐다.
당 대회 집행부 인사 변동은 김 위원장이 이번 당 대회를 통해 경제난 해법을 모색하고, 규율 강화 등으로 사회기강을 다잡겠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당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부정부패 척결에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달 초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반동사상문화배결 법 제정을 의결하기도 했다.
전국 각 조직 당 대표자 구성에도 큰 변화가 나타났다. 5년 전보다 군부 숫자가 줄었고, 행정·경제부문의 대표자 수가 크게 늘었다.
당·정치부문 대표자 수도 400명가량이 증가했고, 핵심당원 대표자 수는 600명 이상이 확대했다. 김 위원장이 제8차 당 대회를 경제난 극복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구체적으로 제7차 당 대회 때 719명에 달했던 군부 인사규모는 408명으로 절반가량이 감소했다. 반면 행정경제부문은 423명에서 801명으로 늘었고, 당·정치부문은 1545명에서 1959명으로, 핵심당원대표는 786명에서 1455명으로 증가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당 대회 개회사에서 경제성과 실패를 재차 인정하며 이번 대회를 통해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경험과 교훈, 범한 오류를 전면적으로 깊이 있게 분석·총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한의 제8차 당 대회가 ‘경제회복’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고, 당 대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당 인사 역시 경제관료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이번 당 대회에서 “경제 테크노크라트(관료)의 전진 배치가 예상된다”면서 “당 대회 결정 관철이라는 관점에서 능력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 중심으로 인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박 교수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경제 문제에서 (자체적으로) 할 것이 별로 없다. 내부적으로 다잡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며 당 인사 역시 이와 연관돼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교수는 “김정은이 하려고 했던 사업은 (대북제재 때문에)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대외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북한이 대미(對美) 강경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그는 “김정은이 조건부 대화 재개를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로울 것”이라며 “기존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와 더불어 다른 조건이 추가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원할 수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미 군 당국 등에서 제기되는 북한 제8차 당 대회 열병식에 대해선 김 위원장의 생일인 오는 8일경에 이뤄질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면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열병식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때보단 작은 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며 대내적으론 내부결속 강화, 대외적으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압박하는 효과를 의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