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녀가 약국으로 들어간다. 약국 앞에는 ‘감기 전문 ○○약국’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 약국 주인 A씨는 ‘감기 전문 간판 정도는 문제없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A씨는 일주일 뒤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정 질병의 전문약국이라고 환자에게 알리는 것을 금지한 약사법 시행규칙 44조를 위반한 것이다.
#두 남녀가 약국으로 들어간다. 약국 앞에는 ‘감기 전문 대원약국’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 약국 주인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은 ‘감기 전문 간판 정도는 문제없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런데 정말 백 부회장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온라인 광고라는 이유로 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어느 정부 부처도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 식약처가 서로 관리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무책임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복지부와 식약처가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제약·바이오 동향을 읽어내지 못하고 소극적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약협회 “현실에선 불법, 광고에선 위법도 문제없다”…타 업계 “서울시 조례만 어겨도 광고 삭제”
해당광고는 지난해 9월 대원제약 공식 사회관계망(SNS)에 게재돼 1월 현재까지 노출돼 있다.
약사법 위반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어떻게 광고 심의를 통과했을까. 이에 대해 대원제약 측은 “해당광고는 광고 사전심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밟고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광고를 심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의약품광고심의위원회는 가상의 약국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은영 제약협회 광고심의팀장은 “실제 약국이라면 법을 어긴 것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광고 속 가상의 약국이다. 그래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온라인 광고업계는 제약협회 해명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 주류회사가 청계천에서 맥주 마시는 광고를 올렸다가 서울시 조례가 청계천에서 음주를 금지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바로 해당 광고를 삭제했다”면서 “광고라는 이유로 약사법을 어기는 콘텐츠도 문제가 없다는 판단은 안이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대한약사회도 이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단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 ○○전문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약사법을 어기는 것”이라며 “법에는 명백하게 특정 질병의 전문약국이라고 알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광고나 현실이나 모두 똑같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관리 사각지대 놓인 의약품 온라인 광고…정부 관리조차 제각각
제약·바이오 업계의 온라인 마케팅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정부는 그 역할이 나뉘어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번 대원제약 사례처럼 관리 소관이 애매한 경우 감독 책임을 미루고 있다. 약국정책은 복지부 소관이지만 애매한 개별사례는 지자체 보건소로 떠넘기고 있고, 광고는 식약처로 나뉘어 있다.
의약품의 허위·과장 광고를 단속·감독하는 김현선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장은 “의약품의 경우 허위·과장 광고를 관리·감독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약국과 관련된 것은 복지부에서 하고 있다”면서 “식약처에서 관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다시 감독 책임을 보건소로 떠넘겼다. 문화목 복지부 약무정책과 주무관은 “약국 관련 정책 담당은 맞지만, 약국 관련 광고는 지자체 보건소에서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광고도 마찬가지다”라며 “약국이나 약국이 등장하는 광고의 위법 여부를 따지는 것은 월권”이라고 했다.
정부 부처가 남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 법조계는 대원제약의 광고가 약사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강정규 한국법조인협회 이사(변호사)는 “약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문 표기를 해서는 안된다”면서 “가상의 약국이라도 약국개설자 및 한약업사에게는 적용돼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