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경영자·법인 처벌 수위를 낮춘 데 이어 소상공인도 제외하기로 6일 합의했다. 임시국회 본회의를 이틀 앞두고 연이어 처벌 수위를 조절하면서 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낸 경영계를 달래는 모습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국회가 법 제정을 강행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즉각 유감을 표했다. 경영계는 지금까지 법 제정 자체를 반대해 왔다.
◆여야, 중대재해법 처벌대상에서 ‘5인 미만 소상공인’ 제외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중이용시설과 관련해 소상공인은 처벌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시근로자 수 10명 미만 사업장은 소상공인에 해당한다. 여야는 다중이용업소도 바닥 면적이 1000㎡ 미만이면 중대재해법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음식점, PC방, 노래방, 목욕탕,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중대재해(사망)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가 처벌 대상에 포함됐다. 학교도 제외된다. 백 의원은 “학교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올해부터 시행되는데 중대재해법을 또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여 제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단체연합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관련 단체들이 반발하자 내용을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류호정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자 제외가 되면 5인 미만으로 (사업장을) 쪼갤 수 있다”며 “게속해서 예외, 유예해 주면 법 취지가 무색해진다”고 지적했다.
◆경영계 “중대재해법 제정 합의 매우 유감··· 中企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사라질 것”
경영계는 여야가 법 제정에 합의했다는 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 10곳은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계가 뜻을 모아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수차례 호소했는데, 여야가 법 제정에 협의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전했다.
이날 송경식 경총 회장은 “경영계는 마지막으로 법 제정 시 세 가지 사항을 반드시 반영시켜 주실 것을 다시 한 번 간곡히 호소한다”며 △사업주 징역 하한 규정을 상한 규정으로 변경 △사업주 처벌 기준을 ‘반복적인 사망사고’로 한정 △사업주가 지켜야 할 의무규정 구체적 명시 등을 요청했다.
일정 근로자·규모의 소상공인이 중대재해법에서 제외됐으나, 소상공인 역시 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직무대행은 “소상공인은 중대재해법을 받아들일 여건·환경이 하나도 준비되지 않았다. 법 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을 만들기 전에 이해관계자와 논의·토론을 해야 하는데, 이를 전혀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장기화로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위기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데, 법이 제정되면 사기가 저하되고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지난해 11월 30개 경제단체 공동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데 이어 산업·규모별 단체들이 모여 기자회견, 호소문 배포 등 중대재해법 제정 중단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왔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이날 “수차례 국회를 방문했는데, 저희(경영계) 얘기를 100%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 역시 “국회를 방문했을 때 여야에서 의견을 충분히 들어줬는데, 문제는 들은 내용을 반영하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서는 경제단체에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