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일군 한국의 경제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은 -1.1%로 잠정 집계됐다. OECD는 "한국은 효과적인 코로나19 방역조치로 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이 가장 작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원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8%를 제시했다. 미국(3.2%), 일본(2.3%), 독일(2.8%), 프랑스(6%), 영국(4.2%) 등 OECD 주요국과 비교하면 다소 떨어지거나 비슷한 수치지만, 이들 국가의 고성장이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으로 3~11% 역성장한 데 대한 반동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은 방역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훌륭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부터 코로나19 백신 보급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코로나19라는 환난을 극복하고 대한민국의 파고인 'K-WAVE'를 전 세계에 파급시킬 채비를 마쳤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 성장은 반도체, 스마트폰, 소재·부품·장비(소부장)라는 3대 효자 산업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미래 친환경 자동차인 수소차가 경제 성장의 새 원동력으로 합류한다. 조선, 건설기술도 경기가 풀리면서 반등할 전망이다. 차세대 이동통신 5G, 진단키트 등 한국이 전 세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게임, 영화, K-팝처럼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 산업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이크로FN+지급결제, MTS, 공정거래법+전자세정 등 한국의 앞선 디지털 환경도 널리 파급시킬 필요성이 있다. 이에 본지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 경제의 주역들을 집중 조망하기 위해 'K-WAVE가 온다'를 준비했다. <편집자주>
◆ 글 싣는 순서
①반도체
②스마트폰
③수소차
⑤5G
⑥조선
⑦진단키트
⑧게임
⑨푸드
⑩건설기술
⑪마이크로FN+지급결제
⑫MTS
⑬공정거래법+전자세정
⑭영화
⑮K-POP
⑯전문가 인터뷰<끝>
K-푸드가 전 세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K-푸드 세계화를 앞당겼다. 해외에서 집밥 문화가 확산하며 한국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과거 한류 인기에 호기심으로 구매하던 K-푸드가 이제는 고품질 제품으로 인식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만두와 라면 등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훌륭한 식량 자원으로 자리 잡았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역대 최대 호황을 맞았다. 코로나 국면이 지난 뒤에도 K-푸드 열풍은 지속될 전망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농식품 수출액은 7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7.7% 증가했다. 사상 최대치 기록이다.
김치·과일 등 신선 농산물, 라면·고추장 같은 가공식품 둘 다 수출이 늘어났다. 신선 농산물 수출 규모는 14억3000만 달러, 가공식품은 61억4000만 달러로 각각 3.4%, 8.8% 늘었다. 둘 다 사상 최대 실적이다.
김정섭 신영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에서 봉쇄조치 및 거리두기를 강화하고 있어 냉동식품, 제과, 라면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로 인한 K-푸드 부활, 간편식 등 가정용 수요 증가 등의 트렌드는 올해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매출 1조원 뚫은 ‘비비고 만두’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작년 K-푸드 최초로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비비고 만두의 2019년 매출은 1조300억으로 국내 3600억원, 해외 6700억원이다.
자동차, 반도체 등 주력 제조업이 아닌 식품업계에서 단일 품목으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매출의 65%를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올린 점이 눈에 띈다.
국가별 매출을 살펴보면 미국이 42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중국(1600억원), 일본(650억원), 유럽(180억원), 베트남(160억원) 순이었다. K-푸드가 한국이나 한인 교포 시장을 넘어 해외 현지에서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비비고 만두는 처음부터 국내와 해외 시장을 모두 고려해 기획됐다. 미국에서는 현지인들에게 익숙한 한입크기의 ‘비비고 미니완탕’에 집중하면서도, ‘만두(Mandu)’로 표기한 제품을 지속 노출 시켜 친밀도를 넓혀갔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인수한 미국 냉동피자 업체 슈완스의 유통망을 기반으로 고공행진에 고삐를 죈다는 계획이다.
중국과 일본처럼 시장에 이미 독점적 지위를 가진 브랜드가 있는 경우 ‘미래 소비자’인 젊은 층에 집중적으로 비비고 만두를 알렸다.
한식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유럽의 경우에는 아시아 식문화 수용도가 높은 영국, 프랑스, 독일을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확대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3개국에서 61%의 연평균 성장률을 달성했다.
2013년 한국과 미국, 중국 5개였던 생산기지는 현재 베트남, 일본, 유럽(독일) 등 15개로 확대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글로벌만두기술센터를 통해 쌓아온 ‘온리원 기술’을 바탕으로 비비고만의 만두 설비와 표준패키지를 만들고 이를 해외 생산기지에 이식하는 작업을 올해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면·과자도 해외서 판매 질주
한국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은 라면도 해외에서 질주하고 있다. 한국 라면은 2019년 영화 기생충의 흥행으로 극 중 등장한 ‘짜파구리’가 인기를 얻으면서부터 외국 수요가 급증했다. 특히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이어지자 필수 비상식량으로 라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이 늘었다.
농심은 올해 해외 총 매출(수출과 해외법인의 매출 합)이 전년 대비 24% 성장한 9억9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국법인 매출은 약 3억2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약 28% 성장한 수치다. ‘신라면’은 단일 브랜드로 약 3억9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은 코로나19로 해외 시장에서 ‘K-라면’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농심의 지난해 전 세계 라면기업 순위 5위 등극을 이끌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최근 발표한 세계 라면기업 순위를 보면 농심은 지난해 5.3%에 이어 올해는 5.7%의 점유율로 6위와의 격차를 더 벌릴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 관계자는 “작년 초부터 신라면을 비롯한 짜파게티, 너구리 등 한국 라면에 대한 관심과 판매가 늘어났다”며 “코로나19가 미국, 유럽 등지로 빠르게 번지면서 간편식 수요와 맞물린 라면 소비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농심은 공사 중인 미국 제2공장을 연내 완공하고 가동을 시작한다. 북미 수요는 물론 신시장으로 꼽히는 남미까지 판매 국가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 과자 역시 해외에서 잘 팔렸다. 오리온의 2020년 중국 법인 1~9월 누적 매출액은 8261억원, 영업이익은 1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8%, 28%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초코파이 딸기와 찰초코파이 등 신제품들이 실적을 견인했다.
같은 기간 베트남 법인 누적 매출액은 2027억원, 영업이익은 42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20.6%, 영업이익은 62.9% 신장된 수치다. 특히 베트남 법인 누적 매출액은 2조2000억원을 넘어섰다. 현지 입맛에 맞춘 초코파이와, 포카칩, 양산빵 쎄봉 등이 견인차 역할을 했다. 작년 출시된 쎄봉은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러시아 법인도 전년 대비 매출 22.3%, 영업이익 77% 상승했다. 라즈베리·체리·블랙커런트·망고 등 잼이 들어간 초코파이가 현지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끈 것이 이런 성적을 거둔 배경이다. 작년 1~11월 현지 초코파이 누적 매출은 전년 대비 32% 뛰어 역대 최고를 찍었다.
오리온 관계자는 “향후 3년간 51억 2700만 루블(약 800억원)을 투자해 러시아 트베리 크립쪼바에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초코파이, 비스킷류 6개 라인과 스낵 2개 라인 등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위선양 중인 한국인의 소울푸드 김치
한국의 대표 전통발효식품 김치의 세계적 위상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김치 수출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 달러, 2017년 8100만 달러, 2018년 9750만 달러, 2019년 1억500만 달러로 매년 증가했다. 특히 작년 김치 수출은 1억445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7.6% 급증했다. 역대 최고 기록했던 2012년 연간 수출액(1억661만 달러)을 훌쩍 뛰어넘었다.
김치 수출액의 폭발적 증가는 김치의 면역력 강화 효과에 대한 관심과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발표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발효된 배추를 주로 먹는 국가들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세계김치연구소 권민성 박사 연구팀이 지난 6월부터 ‘코로나19에 대한 김치의 항바이러스성 효능’ 연구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김치 수출의 최전선에는 대상 ‘종가집 김치’가 있다. 종가집 김치의 수출액은 2015년 2600만 달러, 2016년 2900만 달러, 2017년 3200만 달러, 2018년 3700만 달러, 2019년 4300만 달러로 증가세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수출액은 4700만 달러로 2019년 연간 수출액을 추월했다.
국내 총 김치 수출액 중 종가집 김치의 비중은 44%에 달한다. 종가집 김치는 미주와 유럽, 대만과 홍콩 등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 진출해있다.
미국에서는 아시아푸드 매대가 점차 커지고 있으며 한국 김치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식품으로 점차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상은 미국 현지 메인스트림 채널 내 입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며 현지 김치 생산 공장 설립도 추진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내 김치 구매 고객의 90% 이상이 현지 한인이었으나, 최근 아시아계를 비롯한 현지인들의 구매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포장김치 수요는 더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도 일본, 유럽, 싱가폴, 필리핀, 태국, 미국 등에 수출 중이다. 2020년 1~11월 비비고 김치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가량 늘었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은 2019년에 비해 50%가량 성장했다. 베트남에서는 2018년부터 비비고 김치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인지도 확대로 인한 판매 증가 외에도 코로나19로 한인 경로 수요가 확대된 영향도 있었다”고 말했다.
풀무원은 미국에서 ‘나소야 김치’라는 이름으로 김치를 판매하고 있다. 나소야 김치는 월마트 등 대형 유통매장을 포함해 1만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풀무원은 2019년 5월 전북 익산에 준공한 풀무원 글로벌김치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