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월 초순 개최 예정인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를 통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잡게 될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30일 북한 관영 매체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22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당 간부들과 제8차 당 대회 준비 상황 및 의제 등을 논의·결정했다.
북한 정치국은 제8차 당 대회 개최 시기는 2021년 1월 초순으로 정하고, 당 대회에 상정될 중대한 문제들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결정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당 대회 주요 의제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당 대회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정식 출범 전에 이뤄지고, 정치국이 ‘중대한 문제’라고 언급한 만큼 미국 정권 교체에 맞선 대미(對美)·대남(對南) 정책 노선에 대한 논의와 결정이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이 애초 당 대회 개최 시기를 새해 정초로 밝힌 뒤 구체적인 일자를 제시하지 않자, 일각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 대회 일정이 연기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김 위원장이 미국 대선 결과에 계속 무반응으로 대응한 것과 관련 내년 1월 20일(현지시간) 바이든 정부 정식 출범 이후 당 대회를 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의 비핵화 협상 경험을 통해 미국 정부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고 다짐, 바이든 정부 출범 전에 선제적으로 대미정책 노선을 내놓을 거란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북한이 1월에 승부수를 던지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북한이 선제적으로 대미 강경노선을 발표하고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내년 1월 출범 이후 6~7개월 이후 수립될 것으로 예측되는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을 마냥 기다리지 않고 북한이 먼저 대미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미국이 이를 수용한 대북정책을 내놓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당 대회에서 바이든 정부를 향한 김 위원장의 첫 대미 메시지가 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당 대회) 핵심 의제는 경제건설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이지만, 대미·대남 관계 설정과 관련해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파격적인 결정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역시 정치국 회의에서 거론된 ‘중대한 문제’를 언급하며 “대남, 대미 메시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바이든 당선인에 대한 축하 및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문제는 메시지 내용이다. 김 위원장은 아직 미국 대선에 대한 어떤 반응도 없는 상태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활동 당시 조건부 북·미 정상회담 추진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부통령을 맡았던 과거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강경정책을 다시 꺼낼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당 대회에선 큰 틀의 대미정책 노선만 거론되고,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섣부르게 대미 강경노선을 내놨다가 자칫 미국의 대북제재 수준만 높아지면 김 위원장이 구상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새해를 맞아 대남 메시지를 낼지도 제8차 당 대회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지난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남북이 손을 맞잡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만큼 이번 당 대회에서도 대남 유화 메시지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정부의 연이은 인도적·보건방역 교류협력과 대화 재개 제안에 줄곧 무응답으로 대응하고 있어,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대북제재·코로나19·수해 등 삼중고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는 상황에서도 외부지원 없이 ‘자력갱생’으로 극복하겠다는 태도를 줄곧 강조하고 있어, 남북 교류협력 성사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