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을 주 무대로 삼던 집값 상승세는 이제 외곽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넘어가는 경향도 보인다. 소폭이라도 오름세가 예상되는 곳이면 전세 매물을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올해 부동산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우선 시계를 되감아 4월로 가보자.
봄에 집 산 사람들이 승자였나?
지난 4월은 올해 들어 처음으로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 달이었다. 당시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다.
특히 작년 12.16 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식을 줄 모르던 오름세가 주춤한 배경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있었다.
다시 날뛰는 부동산, 올 여름은 '대책 풍년'이네
5월까지 계속되던 하락세는 6월을 기점으로 반전 국면을 맞는다. 6월부터 서울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은 0.13%까지 다시 올랐다.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급매로 내놓은 집들이 많아진 데다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로 시중에 유동 자금이 많이 풀린 데 영향을 받았다.
돈을 수월하게 빌려 집을 골라 살 수 있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이로 인해 6월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서울 잠실·대치·삼성·청담은 토지거래허가제구역으로 묶였다. 법인 과세 체계도 정비했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장치들을 내세워 흥분 상태의 시장을 가라앉히고자 하는 의도였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월만 1만 5615건으로, 오히려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심지어 대책 발표 이후 이른바 '막차 수요'와 추격 매수가 발생하면서 집값 상승률이 전주보다 2배 가량 올랐다.
정부가 칼을 뽑아든 모습이 오히려 해당 지역의 '금전적 잠재성'을 일깨워주는 동시에 지금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심리를 자극한 셈이다. '패닉바잉'(공항구매)이라는 신조어도 이때 등장했다.
종부세 논란, 공정 과세와 조세 안정성의 딜레마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의 여파로, 누군가는 몇 개월치 수입을 종부세로 부담해야 했다. 특히 은퇴한 고령 1주택자의 경우 매월 수령하는 연금으로도 이를 감당할 수 없어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례들이 속출했다.
내년에도 주택 보유자들의 세금 부담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10일 정부가 발표한 조세 대책에 따르면 내년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인상된다. 종합부동산세와 취득세 세율은 각각 6%, 7%로 오를 전망이다.
정권 말기,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며
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코로나19의 여파가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 이하로 떨어뜨렸지만, 집값만은 비껴갔다.정부는 8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물량을 감당할 수 있는 택지를 수배하는 일도 여전히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