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몰아닥친 세밑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난 재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전력 부족으로 홍역을 치렀던 지방정부의 경우 수뇌부가 직접 전력회사를 시찰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지방 서기·성장, 전력난 우려 '전전긍긍'
29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중앙기상국은 전날 오후 6시부터 중국 전역에 주황색 한파 경보를 발령했다.
최고 등급인 주황색 경보는 24시간 내에 기온이 16도 이상 큰 폭으로 떨어져 최저 기온이 영하로 유지될 때 발령된다.
기상국은 오는 31일까지 중국 중동부의 경우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지고, 서북·동북 지역과 화베이(베이징·톈진·네이멍구자치구)일부 지역은 12~16도 급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창장(長江·양쯔강) 이남의 남부 지역에서도 영하의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타오(張濤) 수석 예보관은 "이번 한파는 강도가 높고 남쪽으로 이동하는 속도도 빠르다"며 "중부는 물론 남부에도 큰 눈이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난방 수요 급증이 예상되자 최근 전력난을 겪었던 지방정부들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류치(劉奇) 장시성 서기는 지난 26일 관내 국유 전력회사를 방문해 전력 공급 현황을 보고 받았다.
류 서기는 "결정적인 순간이 도래했다"며 "안정적인 전력 생산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이롄훙(易煉紅) 장시성 성장도 유관 부처를 불러 모아 좌담회를 열고 "일상 생활과 산업 생산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며 "정상적인 경제·사회적 질서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7일에는 쉬다저(許達哲) 후난성 서기가 전력회사를 찾았다. 그는 "민생을 보장하고 중점 기업과 사업장이 전기를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샤오둥(邵東)시 시찰에 나선 마오웨이밍(毛偉明) 후난성 성장은 관계자들에게 "현재 전력이 어느 정도 부족한가. 정전이나 전력 사용 제한 등이 있었는가" 등을 물었다.
직전에 중국 최대 국유 전력회사인 국가전망공사 회장을 지냈던 마오 성장은 "후난성에 또 한 번 강추위가 닥쳤다"며 "전력 부하가 최고점을 찍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장시성과 후난성은 이들 들어 전력 사용 제한 조치를 실시한 바 있다. 산업용 전력 수요 급증과 석탄 재고 부족 등으로 전력난이 가중된 탓이다.
이번 한파로 또다시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 민심 악화와 상부의 문책이 불가피하다.
이 밖에 동부 연안의 저장성과 광둥성도 전력 부족으로 산업 생산에 타격을 받았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관계자는 전날 "일부 지역에서 전력 공급과 관련해 압력이 가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석탄 부족 여전, 긴장감 고조
발개위 측의 장담에도 중국인들의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은 총 발전량 가운데 화력 발전 비중이 70% 이상인데 석탄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4일 현재 중국 동부 연안 8개 성의 화력 발전소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석탄 재고량과 사용 가능 일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84.3%와 77.8%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과 호주 간 갈등 격화로 호주산 석탄 수입이 끊긴 게 결정적이다.
호주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와 확산 경로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중국이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등 보복에 나서자 5월부터 전체 석탄 수입량이 줄기 시작해 8월부터 감소폭이 30%를 넘어섰다. 지난달 석탄 수입량은 전년 동월보다 43.8% 급감했다.
궈타이쥔안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경기 회복과 산업 생산 증가로 수요가 공급을 훨씬 웃돌고 있다"며 "석탄 가격 오름세도 지속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체재인 천연가스도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톈펑증권은 "철강·알루미늄·유리 등 대형 산업이 빠르게 살아나면서 천연가스 수요가 예상치를 초과했다"며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발개위는 "산시성과 네이멍구자치구 등 석탄 주요 산지를 중심으로 공급 확대를 지도하고 있다"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