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장률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재인 케어 시행 3년 차인 2019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전년보다 0.4%포인트(p) 상승하는 데 그쳤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발표한 ‘2019년도 건강보험 환자 진료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진료비 중 건강보험 보장률은 64.2%로 전년 대비 0.4%p 증가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전체 의료비 중 건보공단에서 부담하는 급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예컨대 조사 결과를 적용하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총 100만원을 의료비로 썼다면 이 중 64만2000원은 건강보험이, 35만8000원은 환자가 부담했다는 의미다.
문재인 정부의 보건복지 분야 대표적 공약인 ‘문재인 케어’는 비급여의 급여화 등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2023년까지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고 이후엔 해당 보장률을 유지하는 데 재원을 투입할 예정이었지만 ‘문재인 케어’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건보 보장률을 높이려면 자기공명영상(MRI) 등 가계 부담이 큰 비급여 항목을 지속적으로 급여화하고,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비급여 통증·영양주사, 도수치료, 물리치료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하지만, 문제는 돈이다.
문재인 케어 시행에 따른 부담이 불어나면서 복지부는 부담이 큰 건보 적용 항목의 시행을 미뤄왔다. 올해 11월 시행할 예정이던 척추 MRI에 대한 건보 적용이 비용 부담으로 1년 가까이 미뤄진 것이 대표적 예이다. 신규 건보 적용이 미뤄지면 나머지 항목이 모두 시행되더라도 보장률은 목표치인 70%에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보장은 늘었지만 그만큼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 지출이 증가해 보장률 달성에 실패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단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는 모양새다. 새로운 항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등에 따라 건보공단 재정수지는 2018년과 2019년 2년간 3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7년 20조원이 넘던 공단 누적 준비금은 지난해 17조7000억원까지 줄었다.
이에 대해 건보공단 측은 “공단 재정은 당초 계획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작년 말 재정수지(2조8000억원 적자)와 누적 준비금(17조7000억원)은 대책 시작 당시에 예측했던 적자 3조1000억원, 준비금 17조4000억원에 비해서는 개선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장률 상승에 따른 혜택도 도움이 절실한 환자보다 검진 및 일반 진료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갔다. 조사 결과 50대 중증·고액 질환에 대한 보장률은 지난해 78.9%로 전년과 동일했다. 하지만 중증 질환을 제외한 보장률은 같은 기간 56.7%에서 57.7%로 1%p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