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이 닥칠 때마다 가장 먼저 몸을 던지고 상황 판단 역시 빠른 '리더' 같은 존재. 그러나 놀랍게도 서이경은 원작 웹툰에는 없는 오리지널 캐릭터다.
"원작에 없는 캐릭터기 때문에 자유로울 수 있었어요. 참고할 만한 캐릭터가 없었기 때문이죠. 감독님, 작가님께서는 이경이 왜 '스위트홈'에 필요한지 이야기를 해주셨고 스스로도 그 이야기에 납득하며 캐릭터를 완성해갔어요."
배우 이시영이 서이경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왜"냐고 반문하는 이는 아마 없었을 거다. 모두의 생존을 책임지는 강인한 여성,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끌어가는 인물에 관한 소개글만 읽어도 자연스레 이시영의 얼굴이 그려질 정도니까. 그러나 시청자들의 의문을 품는 건 "원작에도 없는 캐릭터를 굳이 왜 만들었느냐"일 것이다.
속된 말로 이경은 '만능캐'다. 비상한 머리와 단단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정의로운 심성으로 그린홈 주민뿐만 아니라 시청자들까지 홀렸다.
"이경은 밝고 정의로운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사랑했던 사람을 잃으면서 세상의 종말도 크게 와 닿지 않을 정도로 나락에 떨어졌지만, 아이가 생기면서 생에 강한 의지를 가지게 되죠.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심정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어요. 그리고 내게 온 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마음으로요. 저도 아이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어요."
지능이면 지능, 체력이면 체력. '만능캐' 이경이지만 오히려 '여전사' 같은 이미지는 피하려고 노력했다고.
"주체적 여성 캐릭터지만 액션 영화에서 으레 (여성이 맡는) 이미지들은 피하려고 했어요. 사랑하는 사람,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캐릭터적으로 채워넣어야 하는 인물은 아니었어요. 어떤 부분은 나약하고 약하기도 하고,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걸 위해 강해지기도 하는 보통의 인물인 거죠. '여전사'로 보이는 걸 바라진 않았어요."
서이경은 전직 소방대원으로 괴물들에 맞서 뛰어난 생존본능을 보여준다. 특전사 출신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촬영 6개월 전부터 무술 감독과 액션 연습을 펼쳤다. 게다가 특정 부분을 노출한 채 액션을 해야 했기 때문에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고.
"솔직히 부담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몸이 나오는 액션이라서 벌크업 하는 데 집중했고요. 벗고 액션 하는 시퀀스는 어디가 (카메라에) 담길지 몰라서 확실하게 몸을 만들고자 했죠. 많이 먹어서 몸을 키우고 촬영 1~2주 전부터 극단적으로 음식 조절을 했어요."
인간이 아닌 괴물과 액션을 한다는 점도 이시영에게는 낯선 일이었다. 상대는 힘이나 파괴력 면에서 사람보다도 몇 배의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액션과 리액션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분들을 많이 연습하려고 했어요. 상대에 따라 힘을 주고받는 것들이 달라지는 것이요.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던 액션이라 새로웠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많이 공부한 것 같아요."
원작 웹툰의 팬이라고 밝힌 이시영은 이응복 감독이 그려낼 '스위트홈'에 큰 호기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만드신다는 거지? 하하하. 첫 느낌은 설렘이었고 점점 궁금해지더라고요."
'스위트홈' 공개 후 국내는 물론 해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시영은 해외 팬들의 반응에 놀랍기도, 감사하기도 하다며 즐거워했다.
"넷플릭스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고 이렇게 190여 개국 나라에 동시에 공개된 것도 처음이에요. SNS를 통해 의견을 남겨주시는 걸 보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감사한 마음도 들어요."
해외 진출에 관한 의견을 묻자 그는 "생각만 해도 좋다"라며 해맑게 웃었다. 연기에 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꼭 해외 진출이 아니더라도 영어 공부를 하고 있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외든 국내든 상관없어요. 정말 열심히 하고 싶어요."
'스위트홈'이 공개된 지금 시점에서, 해당 작품이 배우에게 남기는 의미가 궁금해졌다. '스위트홈'은 그에게 어떤 작품일까? 인간 이시영에게, 배우 이시영에게 해당 작품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물었다.
"그냥 참여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응복 감독님, 동료 배우들과 함께 일하면서 정말 행복했어요. 작품을 보고 좋게 말햊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몸을 가지고 있어도 촬영을 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컷 쓸 수 있게 해주시다니. 자체만으로도 감사하죠. 이 작품으로 인해 다른 장르, 액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 좋을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