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대법원 제공]
일본 역사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해 '대망'을 재출간한 혐의로 원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국내 출판사 대표에게 대법원이 무죄 취지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출판사 동서문화사와 고모 대표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동서문화동판 전신인 동서문화사는 1975년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번역한 '대망'을 출간해 판매해왔다. 문제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에 변화가 생기며 시작됐다.
협정이 바뀌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국내에서 번역해 출판하려면 원저작자 동의를 얻어야 하도록 국내 저작법이 바뀌었다. 이에 저작권자와 계약해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한국어로 출간한 솔출판사는 고씨를 고소했다.
다만 1995년 1월 1일 전에 작성된 것은 번역물은 개정법 시행 이후에도 저작권 침해 예외로 뒀다. 재판에서 쟁점은 이 부분이었다. 고씨 측은 "'2005년판 대망'은 1975년에 나온 책의 단순 오역이나 표기법, 맞춤법을 바로잡은 것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저작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975년 대망은 개정법상 저작권법 면책 대상이며 2005년 대망은 1975년 대망과 실질적으로 같아 저작권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2심은 고씨가 저작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1975년판과 2005년판을 비교했을 때 수정 정도, 표현 방법의 차이가 있다"며 "동일한 저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 고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동일한 판단을 했지만 "저작권법 개정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본 측면이 있다"며 벌금형 700만원으로 형량을 줄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1975년 당시 대망은 도쿠가와 이예야스를 단순히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부창작 표현도 가미했었다.
대법원은 "일본 소설 원작에는 없고 1975년 판본에만 있는 창의적 표현이 2005년 판본에 상당수 포함됐다"며 "수정판을 1975년 대망과 다른 새 저작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