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100℃] 골프장, 코로나 상황 '쉬쉬' 말고 '공지' 해야

2020-12-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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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끓어오르는 100℃

골프공과 마스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로를 따라 골프장으로 향한다. 입구를 지나니 경비원이 인사를 건넨다. 울창한 숲을 지나, 클럽하우스에 도착한다. 트렁크를 열어주고, 백보이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한다. 주차를 하고, 로비로 걸어간다. "10시요." 프런트 직원에게 종이와 펜을 건네받고, 동반자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돌려준다. 그랬더니, 라커 번호를 알려준다. 라커룸 안에는 내장객들로 붐빈다. 티타임에 맞춰 스타트하우스로 향했다. 캐디 마스터와 이야기를 나누던 캐디가 카트로 다가온다. 동반자들도 도착했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출발하겠습니다." 1번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굿샷'을 날린다. 공이 좋은 위치에 떨어졌다. 캐디가 8번 아이언을 건넨다. 호흡을 가다듬고 치려던 순간, 2~3명의 코스관리팀이 그린에서 보수를 하고 있다. "저기요~ 포어(fore)."
골퍼들이라면 익숙한 상황이다. 골프장에 가면 이처럼 많은 사람과 만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최근 골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세계일보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 골프장 캐디가 확진됐는데 휴장 없이 영업했다고 한다. 해당 골프장은 "검사 결과를 보고 휴장하겠다"고 배짱을 부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황당한 기사에 캐디 커뮤니티인 '캐디세상'에 들어가 봤다. 화면을 내리다 접한 글에는 충격적인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일부 골프장이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해도 '쉬쉬' 하며 영업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캐디는 "내장객이 확진자였다. 담당 캐디만 검사했고, '쉬쉬'하며 넘어갔다. 말 안 했으면 몰랐을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캐디는 "확진자가 왔다 갔다. 일했던 사람들에게 '쉬쉬'하며 병가를 내게 하고, 방역도 안 했다. 그대로 영업을 이어갔다"고 썼다.

또 다른 캐디는 "내장객이 확진자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경기과는 동선이 겹치면 안 되니 '무직'으로 기입하고, 검사받으라고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캐디들은 모두 "'쉬쉬'하는 골프장에 집단 감염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았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금일(19일)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한 골프장 직원들이 집단으로 감염됐다. 기자의 취재 결과 해당 골프장은 현재 전 직원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직원 7명, 가족 6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골프장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단 한 글자도 '공지'하지 않았다.

지금은 '쉬쉬'할 때가 아니다. 확실하고, 정확한 사실을 만인에게 알려야 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확진자가 다녀갔는지, 어떠한 조치를 하고 있는지를 말이다.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직원들에게 알리고,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 및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이 전국 골프장 중에서 가장 모범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이 골프장은 지난 10월 집단 감염(대학 동문)이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 상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해당 골프장 담당자는 "집단 감염 이후 확산 방지를 위해 단체팀을 받지 않고 있다.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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