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기억하는 작품 속 최고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그들이 직접 고른 장면을 씹고, 뜯고, 맛본다. <별별 명장면>은 배우가 기억하는 영화 속 한 장면과 그 안에 담긴 의미, 에피소드 등을 이야기하는 코너다. 이번 주인공은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의 주연 배우 정우다.
영화는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위장 이사를 오고 그들을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극 중 정우는 도청팀장인 대권 역을 맡았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청팀장 대권은 안정부 김실장(김희원 분)의 좌천위기를 이겨낼 절체절명 미션을 받게된다. 자택 격리된 정치인 의식(오달수 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는 것. 대권은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의식의 이웃사촌으로 위장, 팀원들과 비밀 작전을 펼친다. 그러나 담벼락 사이에서 느껴지는 의식과 그의 가족들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빨갱이'라 멸시했던 의식에게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아버지의 면면을 발견했기 때문. 의식과 가까이 지내며 대권은 큰 혼란에 빠진다.
해당 장면은 영화 말미 등장하는 하이라이트신이다. 독재 정권에 대항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야당 총재 의식에 관한 지지도도 높아진다. 의식은 고민 끝에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고 정부는 이를 막기 위해 잔혹한 계획을 세운다. 김실장은 사고로 위장해 의식을 살해하려 하고, 대권은 이를 막으려 한다.
개인적으로 해당 장면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오래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다. 평범한 이웃사촌이 히어로가 되는 순간을 포착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대권은 슈퍼 히어로가 슈트를 갖춰 입듯 통닭 봉투를 뒤집어쓴다. 그야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이다. 우스꽝스러운 대권의 모습에 사람들은 박장대소하고, 대권은 절박하게 온몸을 내던진다.
"저도 히어로 같은 이미지를 연상했어요. 비장한 느낌이 들었죠. 소시민이 그 순간만큼은 수퍼 히어로가 돼 누군가를 구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감독님은 이야기가 조금 더 현실에 발붙였으면 했어요. 훨씬 더 힘을 빼면 좋겠다고요. 그게 보다 더 '웃프다'라고 여기신 것 같아요."
장면에 관한 해석은 달랐지만 정우와 이 감독이 생각한 '본질'은 같았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해당 신의 감정들을 덜어내기 시작했다.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2004)로 만나 깊은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이기에 서로 신뢰하고 끌어낼 수 있었다. 정우는 이 감독과의 작업을 회상하며 "이런 게 시너지 효과구나 깨달았다"라고 말하기도.
"그 장면은 정말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저는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니 대권의 마음이 비장할 거로 생각했는데, 감독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런 마음이 있어도 현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더라고요. 그게 더 사실적이고. 그 장면은 보면 페이소스가 있죠.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어요."
한편 '이웃 사촌'은 지난 2012년 128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 이환경 감독과 배우 정우, 오달수가 의기투합한 작. 지난달 25일 개봉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14일 기준 총 누적관객수는 38만1078명.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