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간 북핵 해법 방안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양국 외교·안보 주요 인사, 전문가는 물론 전직 인사들까지 나서 북한 핵 문제 해결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14일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전문가 대부분은 북한 핵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톱다운(Top down·하향식)’이든 ‘보텀업(Bottom-up·상향식)’이든 북·미 간 대화를 통해 북핵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가 ‘단계적 접근’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또 이와 관련 북한이 핵 군축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거란 주장도 나왔다.
단계적 접근은 ‘완전한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비핵화 진전과 일부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문재인 정부의 ‘포괄적 합의, 단계적 이행’이라는 비핵화 접근 전략과도 일부 어긋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TV 토론에서 ‘북한이 핵 능력을 줄인다면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을 앞세워 바이든 시대의 비핵화 협상 전망을 낙관하기도 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한·미 간 판단은 엇갈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굳건하다고 믿지만 미국 내에선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의심이 가득한 상태다.
◆“北 핵무기 포기 안 해···‘완전한 비핵화’ 어렵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동력 찾기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미국 역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견은 어긋나는 모양새다.
미국 워싱턴가에서는 계속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고,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북핵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의 미 하원 군사위원장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화상 대담에서 당장 북한 비핵화가 실현되기는 힘들다며 한·미동맹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국장도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란 현실을 직시하라고 지적했다. 지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 로드맵 ‘페리 프로세스’ 방안을 제시했던 윌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비관적인 의견과 함께 ‘핵무기 보유 전제 협상’을 조언했다.
◆“김정은, 제재 정면돌파 위한 핵보유국 전략 제시할 듯”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심이 커지는 사이 북한이 내년에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정면돌파전 2.0’과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한반도 정세: 2020년 평가 및 2021년 전망’ 보고서에서 북한이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는 것을 과시하고자 ‘정면돌파전 2.0’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와 더불어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질량적으로 증대시키면서 경제건설과 주민생활 향상 측면에서 구체적 성과를 최대한 도출하는 전략적 노선과 방침들, 그리고 주요 과제들을 내놓을 것으로 예측했다.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극복하겠다는 조건부 핵무기보유국 전략을 고수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 협상하려 할 거란 얘기다.
만약 북한이 핵 보유를 전제로 협상에 나서면 한·미군사훈련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을 조건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추측도 있다. 이는 ‘동맹’ 관계를 중시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전략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문재인 정부의 현재 기대와는 다르게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고별 방한’ 계기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북·미 협상 결렬 배경으로 북한의 핵 폐기 목표와 로드맵 합의 거부를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