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1조 달러 부활 전사들 ①바이오헬스] 송도 르네상스, 삼성 1조7000억원 '미래와의 전투'

2020-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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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세계 9번째로 1조 달러 무역액 달성, 세계 10위 무역대국, 세계 7위 수출국 등. 무역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그 위상에 꼬리표처럼 달라붙는 말이 있다.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에 치우친 수출 구조가 대표적인 예다. 관련 산업이 흔들리면, 국가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다. 다행히 반도체 등 13대 주력 수출 품목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 80%에서 최근 70%대까지 떨어졌다. 앞으로 그 속도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헬스 등 신(新)수출동력의 성장 덕분이다. 관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해본다. <편집자 주>

삼성을 비롯한 국내 대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숨가쁜 행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생산 공장을 세우고, 신약 개발에 나서는 등 전에 없던 투자 규모와 연구개발(R&D)로 경쟁력 확보에 한창이다. 여기에 중견·중소 기업들도 신기술로 무장하고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도 관련 기업에 아낌없는 지원에 나서며, 사기 진작을 도모하는 분위기다. 

◆ 삼성, 세계 최대 바이오 공장 건설…한화·SK도 대규모 투자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K바이오’를 차세대 3대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빅데이터 구축, R&D, 투자 확대 등을 지원하기 위해 내년 바이오 예산을 30% 증액했다.

일부 품목에 치우친 수출 구조를 해소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오는 일반 제조업‧서비스업과 달리 기술과 자본이 집약된 산업으로, 미래 성장성이 큰 산업으로 꼽힌다. 

실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19년 4502억 달러(약 491조원)에서 오는 2024년 6433억 달러(약 702조원)로 성장이 기대된다. 헬스 분야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욱 커진다. 

정부가 나서고, 시장 전망도 밝다보니 국내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인천 송도에 단일 기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을 지난 11월부터 건설하고 있다. 총 1조74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오는 2023년 이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62만L의 생산 규모를 보유하게 된다. 이는 글로벌 전체 CMO(위탁생산) 규모의 약 30%로, 현실화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1위 바이오 생산기업으로 올라서게 된다. .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웨어러블 로봇 기술을 통해 헬스케어 부문에도 진출하고 있다. 보행 보조 로봇인 ‘젬스’가 대표적이다. 엉덩이, 무릎, 발목 등에 착용하는 젬스는 걸을 때 힘을 보조해 주기 때문에 보행 속도가 높아진다.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2010년 바이오를 새 먹거리로 꼽으면서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바이오·헬스 사업에 나서는 것은 삼성뿐만이 아니다. SK는 2021년도 인사를 통해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바이오 소위원회를 신설했다. 그룹 차원에서 바이오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최근 SK는 미국의 로이반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표적 단백질 분해’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약 22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SK는 SK바이오팜과 협력해 신약 개발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화솔루션 역시 2030년까지 헬스케어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한화솔루션은 12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3만t 규모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크레졸은 식품영양, 합성향료, 산화방지제 등 헬스케어 제품의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18일 인천 연수구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바이오산업 행사에서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온라인 기공식에서 참석자들과 발파버튼을 누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중견‧중소기업, 활발한 기술 개발로 성장 뒷받침

대표적인 중견 제약업체 유한양행도 해외 제약사로부터 기술 수출료(마일스톤)를 받으며 기술 수출을 선도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글로벌 제약사 얀센으로부터 마일스톤 6500만 달러(약 723억원)를 받아 총 마일스톤이 1억5000만 달러(약 1638억원)가 됐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신약 후보물질 단일 기술 수출 계약 건으로 마일스톤이 1억 달러를 넘은 것은 유한양행이 처음이다. 

유한양행이 R&D 투자액을 지속적으로 늘린 결과다.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유한양행의 R&D 투자액은 2016년 864억원에서 올해 17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줄기세포 전문 바이오기업인 네이처셀은 최근 일본에서 줄기세포를 통한 코로나19 후유증 치료 계획을 승인받았다. 

일본의 규슈 특정인정재생의료 등 위원회가 ‘자가지방유래 중간엽 줄기세포를 사용한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치료’ 계획을 심사 평가한 결과 ‘적합’ 의견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초로 일본 의료법인 예성회의 ‘트리니티 클리닉 후쿠오카’에서 해당 기술을 통한 치료가 시작될 전망이다.

하승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혁신 연구개발팀 연구원은 "바이오헬스 산업은 전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와 건강 수요 증가에 따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세대 주력 신산업"이라며 "미래유망기술 선점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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