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 등을 받는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현 세종연구소 이사장)과 조명균 전 통일외교안보정책비서관(전 통일부 장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2심 판결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0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21일 이 사건 회의록 내용을 확인한 후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에 서명을 생성했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록이 첨부된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고,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된 것으로 봐야한다"며 유죄 취지 이유를 밝혔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논란은 "노 전 대통령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한 포기 발언을 감추기 위해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회의록 초본을 폐기하도록 시켰다"고 주장이 나오며 불거졌다.
검찰은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을 2007년 10월부터 2008년 2월까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회의록을 폐기하고 봉하마을로 무단 반출한 혐의(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등으로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이 청와대업무관리시스테인 'e지원'을 통해 전자문서로 보고한 회의록을 노 전 대통령이 '열람' 버튼을 눌러 전자서명을 했기 때문에 결재 완료된 것이라며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해왔다.
1심·2심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2월 "당시 노 전 대통령이 '내용을 한 번 더 다듬어 놓자'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보아 결재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판단돼 이 회의록을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2015년 11월 1심과 같이 "결재권자의 결재가 예정된 문서는 그 결재가 있을 때 비로소 기록물로 생산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이 회의록 파일은 결재가 예정된 문서로 대통령 결재가 없어 대통령 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 검찰이 상고하면서, 대법원 2부에서 사건을 맡았다. 다만 지난 3월 사건접수 4년여만에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2부는 심리를 마치고 이날 사건에 대해 파기해 유죄 취지로 원심 법원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