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이 75주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세난이 심화하자, 이에 대한 풍선효과가 월세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맷값·전셋값이 폭등하면서 월세도 수급난이 심화하는 분위기다.
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8일 보증금 4억2000만원, 월세 70만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현재 월세 호가는 보증금 8억원에 80만원, 보증금 7억원에 120만원까지 올라온 상태다.
강남권에서는 특히 월세보다는 반전세가 기승을 부리는 모습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는 지난 9월 10일 보증금 5억원, 월세 430만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현재 올라온 월세 매물은 보증금이 10억~17억원에 달한다. 보증금 15억원에 월세 100만원 매물도 있다.
대치동의 A공인 대표는 "강남 3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반전세(월세) 전환이 빨랐다. 강남권 부동산 세금이 가장 급등했기 때문"이라며 "세금전가 차원에서 월세 전환이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강북 지역도 '400만원 월세' 시대를 맞고 있다. 마포구 대장주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13일 보증금 1억원, 월세 400만원에 계약됐다. 올해 중순만 해도 보증금 1억원, 월세 200만원대에 계약됐는데, 월세가 2배가량 올랐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는 지난달 보증금 1억5000만원, 월세 330만원에 계약돼 연초보다 월세가 100만원 이상 올랐고, 금호동 서울숲푸르지오2차 전용 84㎡도 지난 10월 연초보다 월세 100만원 이상 오른 보증금 1억원, 월세 320만원에 계약됐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의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 월세는 0.18% 올라 전월(0.12%)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한국감정원이 월세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5년 7월 이후 5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상승한 것이다.
서울 월세도 전월(0.11%)보다 0.07% 포인트 오른 0.18%로 조사 이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가 주택이 몰려 있는 서초(0.42%)·강남(0.41%)·송파구(0.35%) 등 강남 3구의 월세 강세가 서울 전체 상승을 견인했다.
전셋값도 여전히 고공행진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다섯째주(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직전 주와 같이 전주 대비 0.15% 올랐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주 대비 상승폭이 축소됐으나, 서울은 여전히 75주 연속 오름세를 보이는 것이다.
감정원은 "학군과 교통여건이 양호하거나 이주수요 영향이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 3구 전셋값은 모두 0.2% 이상 뛰었다. 송파구가 0.23%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와 서초구는 각각 0.21%, 0.20% 상승했다.
송파구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잠실·방이·문정동, 강남구는 대치·개포동 등 학군이 양호한 단지, 서초구는 서초·반포동 위주로 매물 부족현상이 지속되며 상승세를 이끌었다. 강동구(0.22%)는 리모델링 이주 수요(둔촌현대1차) 영향이 있는 둔촌동과 고덕동 신축 위주로 올랐다.
강북의 경우, 마포구(0.20%)는 직주근접한 공덕동 역세권과 성산동 구축, 용산구(0.18%)는 정주여건이 양호한 이촌동, 성북구(0.14%)는 길음뉴타운 신축 대단지, 성동구(0.13%)는 하왕십리동 신축과 금호동 중소형, 광진구(0.11%)는 교육환경이 양호한 광장동 중심으로 오름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