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최초 코로나 백신 접종 국가' 타이틀에도 잡음 계속

2020-12-03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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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EU 회원국 "속도보다는 효과 검증이 우선돼야"

영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하면서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구촌 전역이 감염 공포에 짓눌려있는 만큼 백신의 효능 검증이 최우선 되어야 하는데, '속도 경쟁'만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진=AFP·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2일(현지시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백신은 다음 주부터 영국 전역에서 구할 수 있게 되며 첫 접종은 오는 7일 이뤄질 전망이다. 영국 정부는 이미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을 주문한 상태다. 한 사람당 두 번의 주사를 맞아야 해 총 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양을 확보한 셈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나온 희소식에 대해 전례 없는 보건 위기에 신속하게 대처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비판도 거세다. 특히 유럽연합(EU)은 영국 정부가 내린 긴급 사용 승인을 놓고 "성급하고 문제가 많다"며 날을 세웠다. 백신 개발이나 승인 등 '속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중점을 뒀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EU 회원국들은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대규모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하기 시작한 직후 EU의 각종 규제를 우회해 백신 사용을 허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이날 성명을 내 "우리는 영국 정부가 선택한 긴급 절차보다 더 많은 증거와 검사를 요구한다"면서 "독일이 자체적으로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을 검증하는 것보다 EMA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는 게 더 적절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유예 기간 중이어서 원칙대로라면 백신 사용을 허가받기 위해 유럽 의약 당국인 EMA의 사용 승인이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단행했으나 올해 말까지 그 효력이 유예되는 전환 기간을 보내고 있어 아직 EU 법규가 적용된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직접 나서 MHRA에 화이자 백신 적합성 평가를 공식 요청하고 이들이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하는 특별 규정을 통과시키면서 속도가 날 수 있었다. 이처럼 영국이 독자행동에 나선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사진=AP·연합뉴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EMA의 절차는 더 많은 증거에 바탕으로 하고 있어 EU 회원국 모두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규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의회에서 중도우파 정당들의 보건 대변인인 독일의 페터 리제 의원도 영국의 독자적인 움직임에 날을 세웠다. 리제 의원은 "문제가 있는 결정"이라며 회원국에 영국처럼 단독조치를 취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어 "EMA가 몇 주에 걸쳐 철저하게 심사하는 게 서둘러 승인하는 것보다 낮다"고 덧붙였다.

의회 2위인 사회주의 그룹 출신의 티에모 울켄 EU 의원은 "백신을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놓기 위한 분명한 글로벌 경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간을 갖고 품질과 효과, 안전이 보장되고 우리의 EU 기준에 부합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독일의 유럽의회 의원인 티모 뵐켄은 "되도록 빨리 백신을 시장에 내놓으려는 국제적 경쟁이 있다"고 꼬집으면서 "시간을 갖고 품질과 효과, 안전성이 보장되고 EU 기준에 맞는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반면 화이자와 백신 승인 결정을 내린 MHRA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화이자 영국 지사장인 벤 오스본은 "완전한 데이터를 양쪽 규제 당국에 모두 제공했다"며 "EU 집행위원회가 보고 있는 것은 기초적인 절차와 일정의 차이일 뿐 자료 제출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준 레인 MHRA 대표는 "그동안 MHAR가 해온 검증 시스템 모두 국제 표준에 해당한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 존슨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구촌 노력의 결과"라며 "전 세계 과학자가 함께 모여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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