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이사제 두고 금융권 술렁…내년 쟁점화 전망

2020-12-03 19:00
  • 글자크기 설정

노조 "사측과 교섭"…현실화는 미지수

기업銀, 금융권 최초 도입 가능성 커져

노동이사제가 내년 초 금융권의 화두로 다시 쟁점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노동계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에 사실상 합의한 가운데, IBK기업은행이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농협 노조 역시 내년 중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기로 결정하는 등 민간 금융사 전반으로도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 노조는 지난달 26일 정기대의원회를 열고 내년도 세부 실행과제 중 하나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꼽았다. 노조 측은 노동이사제 도입의 목적으로 "경영 참여를 통한 견제 및 경영 투명성 강화"라고 설명했다.

노동이사제 혹은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추천하는 인물이 이사회에 참여해 회사 경영에 대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채용 비리, 사모펀드 참사 등 금융권에서 악재가 잇따라 나오는 만큼,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이 같은 방만한 경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다만 실제 농협금융이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도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와 연대 등을 통해 사측과의 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금융기관에서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는 분위기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공공기관에 직무급제와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한 바 있다.

경사노위의 합의에 따라 금융권에서도 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19개의 금융기관들이 순차적으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기업은행의 경우 금융권 최초로 노동이사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유력하다. 윤종원 행장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노조와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을 합의한 바 있다. 당시 윤 행장은 "경영에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익히 생각해 왔다"며 "노조추천이사가 와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면 다른 회사에도 번질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제도화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외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2~3월 기업은행 노사는 본격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최소 1명은 노조가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이사제가 자리잡을 경우 민간 금융권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KB금융 노조는 지속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 노조는 우리사주조합과 손잡고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했지만, 5%에 못 미치는 지지를 얻어 무산됐다.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사주조합 역시 꾸준히 지분을 늘리는 중이다. 우리사주조합은 연말까지 지분율을 9%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KB금융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뒤 주주총회를 통해 노조 추천 사외이사 안건을 제안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중앙회 전경 [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