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은 총재 "코로나 3차 유행, 2차보다 경제적 영향 더 크다"

2020-11-2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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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연초 1차 유행보다 작고, 8월 2차 유행 때보다는 다소 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전 이 총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은 국내에서 겨울 기간 동안 코로나19 재확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앞서 한은 금통위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수정한 바 있다. 기존 전망치인 -1.3%에서 0.2%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9%에서 3.0%로 소폭 상향했다.

다만 이 총재는 아직은 경기 회복세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2분기를 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당분간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 이상으로 강화된다면 우리 경제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면서 "큰 폭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성장률 전망치는 그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은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앞으로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 총재는 "현재로서는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가 아니고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며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고 안정적인 성장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 때는 완화 조치들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인지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근의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 이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여타 주요 통화 대비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실물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율 동향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Q. 이번 경제성장률 전망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이 반영됐나.

A. 이번 전망은 국내에서 겨울 기간 동안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했다. 재확산이 지속되고 그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지면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충격으로 작용할 것이다. 경제 주체들의 감염 우려에 대한 불안 심리로 곧바로 소비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번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연초보다 작고 8월 재확산 때보다는 다소 큰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Q. 3분기 경제성장률이 반등했고,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했는데 경제 회복세 진입했다고 볼 수 있나.

A. 10월 간담회에서 국내 경기 회복세의 의미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복세다.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양호하고, 경기가 2분기를 저점으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보고 있다. 내년에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전망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여전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오히려 당분간 더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 볼 때 아직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긴 어렵다.

Q.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했는데, 수출 회복세가 강하다고 봐야 하는지. 내년 수출 전망은 어떤가.

A.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보다 조금씩 높여 조정한 것은 올해 수출과 설비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고, 3분기 실적치가 양호하게 타나난 점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내년의 경우 코로나 재확산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기 흐름이 다소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따라 수출 역시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되고 국내 설비투자도 확대되는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부정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넘어설 만큼 수출이 생각보다 양호할 것이라고 봤다.

Q.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A. 고용안정이 거시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중앙은행이 고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만약 한은의 정책 목표에 고용 안정이 추가됐을 때 실제 운용 상에서 기존 정책 목표와 상충 가능성이나 제약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만큼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이다.

Q.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이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4분기 이후 내년 수출 전망은.

A. 원·달러 환율이 여타 주요 통화 대비 빠른 속도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빠른 속도로 절상이 이뤄지는 요인을 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국내 경제 지표, 미국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 감소로 글로벌 투자심리가 개선된 점이 있다. 일부 시장 심리의 쏠림 현상도 더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하겠다.

A.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 품질 경쟁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고, 수입 중간재를 많이 쓰기 때문에 환율 영향이 상쇄되는 측면이 있다. 국내 기업의 생산 시설이 해외에 많이 나가 있다는 점도 환율 영향을 줄이는 요인이다. 다만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할 경우 수출 기업의 채산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은 우려하고 있다. 실물 경제에도 부담되기 때문에 환율 동향과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 글로벌 코로나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대면 수요는 상당히 크게 늘어나는 움직임이다. 지난달과 이달 20일까지 데이터를 보면 일 평균 수출 규모는 20억 달러 정도로, 코로나 확산 이전의 수준을 회복했다. 코로나 확산세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글로벌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겠지만 내년에도 수출이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본다. 내년 연간 전체로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 중심으로 흑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Q. 최근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 부채의 증가 속도와 위험 수위, 이로 인해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A.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폈고,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폈다. 그런 과정에서 가계 부채 증가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만 경제적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가계 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부채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 속도를 웃도는 것은 궁극적으로 가계 재무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가계 소비를 제약하고 나아가 거시경제에 부담이 된다. 아직까지는 금융기관의 손실 흡수능력과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당국이 경각심을 갖고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됐을 때 가까운 시일 내에 금리 조정을 통한 유동성 회복에 나설 필요가 있는지.

A. 주택가격의 상승세와 그에 따른 가계 대출 급증, 한계기업의 존속 측면에서 우려는 있다. 다만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는 거시경제를 우선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회복시기나 강도가 코로나 확산세에 따라서 유동적인 상황이다. 섣불리 완화 기조를 거둬들일 상황은 아니다. 현재로서는 지금의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단계가 아니고 고려하고 있지도 않다. 회복이 가시화되고 안정적인 성장세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 완화 조치들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정상화할지 미리 준비하겠다.

Q. 내년에도 대규모 국고채 발행 예정인데, 매입 가이던스를 선제적으로 제시할 것인지.

A. 내년에도 재정 정책은 경기 회복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뉴딜 정책도 추진될 계획이다. 국고채 발행 물량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 시장에서 수급 불균형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은은 지금까지 그랬듯 국고채 수급 상황의 변화에 따라 시장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예의주시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다. 국고채 매입 규모와 일정을 미리 발표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하고 고민하겠다.

Q. 금융위원회의 전자금융법 개정 시도에 대해 한은이 이례적으로 반대하는 모습이다.

A. 우리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양 기관이 특정 이슈를 두고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 상당히 안타깝고 죄송하다. 금융위와는 코로나19 이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면서 긴밀히 협조해 왔고, 앞으로도 이러한 협조관계가 상당 기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자금융법 전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한은의 영역을 건드리는 지급결제 청산업에 관한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A. 오늘 분명히 하고 싶다. 지급결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태생적인 업무다. 최종 대부자 기능을 갖고 있는 기관이 하는 것으로, 다른 어느 나라에도 예외가 없다. 권한의 문제가 아니고, 고유의 기능에 관한 문제이자 책임에 관한 문제다. 권한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 금융위가 새로 내놓은 안을 보면 빅테크의 결제행위가 앞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니 통제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빅테크의 내부 거래까지도 금융결제원의 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금융결제원은 금융기관 간의 자금 이체를 청산하는 기관이다. 금융기관의 청산이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금융결제원이 포괄적으로 감독하면 금융결제원의 안정성이 저하되지 않겠느냐. 금융위가 빅테크 내부 거래를 집어넣으면서 금융결제원을 포괄적으로 감독하겠다는 것은 중앙은행에 대한 과도하고 불필요한 관여라고 판단한다.

A. 수차례에 거쳐 금융위와 접촉했지만, 현재까지 금융위는 한은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은법 개정을 추진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지만, 그렇게 할 경우 한은이 일종의 맞불을 놓는다는 인식을 줄까봐 조심스럽다. 지급결제 청산 얘기가 나왔으니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논의했으면 좋겠다. 핀테크의 경우 중국을 제외한 주요국에서 이런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핀테크가 활성화된 국가들조차 이런 법안이 없는데, 왜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지 않나.

Q. 코로나19 국내 일일 확진자가 600명에 육박했다.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에 어느 정도 파급 효과가 있는지. 향후 경제 성장률이 다시 조정될 가능성이 있는지.

A. 이번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는 사실상 동절기 중 확산세가 지속되고, 이후 몇개월간 다소 진정되는 것을 전제로 했다. 확진자 폭이 확대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된다면 우리 경제와 소비에 미치는 영향도 불가피할 것이다. 큰 폭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저희가 제시했던 전망치도 얼마든지 수정돼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

Q. 코스피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부합하는 수준인가.

A. 최근 증시가 큰폭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일리가 있다. 팬데믹은 시기가 문제일 뿐 종식은 될 것이고, 최악의 상황은 지났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급락은 없을 것이다. 종식이 의외로 빨리 앞당겨질 경우 폭발적으로 성장이 가능한 유망한 업종은 높은 실적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증시가 과열됐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다만 유동자금이 많이 쏠리고 있어서 혹시라도 조정 과정을 거쳤을 때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Q.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재무장관 선임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A. 옐런 의장은 합리적인 분이다. 시장이 예측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상당히 우호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책을 펼 때는 민주당 정부의 정강이나 정책 방향이 크게 지배하겠지만, 운용의 책임을 맡고 있는 사람이 합리적이고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개선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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