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윈 '가장 위험한 연설'의 결말?

2020-11-2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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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知彼知己)]“나는 이미 은퇴한 사람입니다. 은퇴한 사람이 정부 공식행사가 아닌 포럼에 나와 하고 싶은 말을 한번 다 해보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외부의 비전문적 인사의 관점도 여러분에게 참고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직 덜 성숙한 견해일 수도 있고 잘못된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번 크게 웃어넘기시면서 들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월 24일 중국 상하이(上海) 와이탄(外灘)에서 개최된 제2회 금융정상회의(Bund Summit) 개막식. 유엔 디지털 협력 소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연단에 나온 중국 최대 인터넷 상거래 포털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은 말머리를 그렇게 꺼냈다. 이 회의에는 중국 국가부주석 왕치산(王岐山)이 참석해서 축사를 한 것을 비롯해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로버트 루빈과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 조지프 스티글리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500여명의 세계 경제계 VIP들이 모였다. 와이탄은 상하이 중심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황푸(黃浦)강의 서쪽 강변으로, 1920년대 세계 금융의 중심지 중 하나였다가 100년 만에 다시 세계 금융과 경제의 중심지로 주목을 받고 있는 지역이다. 회의 주제는 '위(危)와 기(機) : 새로운 국면을 맞는 새로운 금융과 새로운 경제'. 이 회의에서 마윈의 개막 연설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11월 5일로 예정된, “세계 최대의 공모주 청약”이라는 말을 듣던 앤트 파이낸셜(Ant Financial·馬蟻金服)의 상장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앤트 파이낸셜은 세계 최대의 전자 상거래 포털 알리바바와 중국의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주도하는 그룹으로, 예정대로 앤트 파이낸셜의 공모주 상장이 이뤄질 경우 중국 대륙에서 515만명이 청약을 하고, 홍콩에서 155만명이 청약을 해서 350억 달러(약 40조원)의 시가총액을 기록하면서 모두 3300조원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세계 최대의 공모주 상장이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었다.
“중국 금융에는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리스크란 없습니다. 왜냐하면 중국 금융에는 시스템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중국 금융업은 아직 청소년의 단계이기 때문에 성숙한 생태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합니다. 큰 은행들은 큰 강이나 대동맥처럼 큰 흐름을 관리하고는 있지만, 우리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조그만 저수지와 연못, 조그만 계곡과 개울들입니다. 중국 금융에는 이런 생태계가 없기 때문에 홍수 때는 물에 빠져 죽고, 가뭄이 들면 말라 죽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국가의 금융에는 건강한 금융 시스템 리스크라는 것이 없습니다. 마치 노년 치매와 소아마비증을 함께 앓고 있는 것과 같지요. 두 가지 병은 완전히 서로 다른 병인데, 어린아이가 '노년 치매'를 앓는다면 참으로 기기묘묘한 병을 앓고 있는 셈이지요.”

“오늘 나는 이 자리에서 자랑스럽게 선포합니다. 어제 저녁 앤트 파이낸셜의 상장 가격이 정해졌습니다. 앤트 파이낸셜의 이번 상장 가격 결정은 미국 뉴욕 이외의 도시에서 테크놀로지 기업의 상장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며, 세계의 변화는 참으로 신기할 정도입니다.”

송나라 때의 수도로, 당시 세계 경제의 중심 도시였던 항저우(杭州) 출신인 마윈은 이 대목에서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적벽대전(赤壁大戰) 이야기를 꺼낸다.

“적벽대전 당시 (북쪽 왕조였던 위[魏]나라의 총지휘관이었던) 조조(曹操)는 (남쪽 왕조였던 오[吳]나라 손권[孫權]의 수군과 싸우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군선[軍船]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연환계라는 전술을 구사했는데) 현대의 항공모함을 만드는 발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갈공명이 생각해낸 화공[火攻]전술 때문에 조조의 배들이 모두 불에 타버리는 결과가 빚어져서) 이후 1000년 동안 중국에는 감히 항모를 만드는 발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조의 군선들이 불에 타버린 데 생각이 미치면 누구도 감히 (항모를 만들자는) 새로운 발상을 할 수가 없었지요. 이것이 바로 하나의 착오가 한 시대의 새로운 발상을 소멸시키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마윈이 삼국지에서 조조의 연환계가 공명의 화공에 무너진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은 ‘현재 중국 금융업의 발전을 위한 개인과 민간의 아이디어를 중국공산당과 정부가 가로막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마윈은 중국 금융 당국과 정부에 들으라는 듯 중국공산당 중앙총서기 겸 국가주석인 시진핑(習近平)의 말도 인용하고, 시진핑의 정치에 대한 평가까지 언급한다.
“시진핑 주석은 ‘공을 꼭 내가 세워야 할 필요는 없다(功成不必在我)’는 말을 했지요. 나는 이 말을 일종의 책임이랄까 하는 것을, 말하자면 미래를 위해, 내일을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져야 한다는 말로 이해했습니다. 오늘의 세계에는 중국 문제를 포함해서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 모든 문제들은 새로운 창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창안이란 대체로 안내하는 가이드가 없는 가운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일입니다. 새로운 창안이란 착오를 범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가 없기 때문에, 문제는 착오를 범하지 않으려는 흐름입니다.”

마윈은 다시 한번 중국의 금융과 은행들의 문제를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한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누가 은행에서 10만 위안(元)을 대출한다면 (갚을 수 있을까를) 대출한 사람이 걱정을 안게 되지만, 1000만 위안을 대출한다면 은행과 대출자가 함께 걱정하게 되고, 10억 위안을 대출한다면 대출자는 아무런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은행이 커다란 고민을 떠안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마윈은 현재 중국 정부가 전 세계에서 앞서 정착시키려고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의 문제에 대해 “애플이 휴대폰의 정의를 바꾸어놓아 현재 휴대폰이 전화가 아니게 된 것처럼, 디지털 화폐는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요, 세계 경제가 직면한 지속가능한 무역, 환경보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사고방식의 문제"라는 말도 했다. 마윈은 연설 도중 “내가 이해하기로는 시진핑 주석이 말하는 이른바 집정(執政)능력을 높이라는 말은 감독과 관리 아래에서 질서정연하고 지속가능하며 건강한 발전을 이루라는 말이지, 감독과 관리가 발전하지 않고 있다는 말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라는 말도 했다. 연설 도중 시진핑 지도자의 말을 두 차례 언급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마윈이 이 연설을 한 후 지난 11월 5일 중국 대륙과 홍콩에서 이루어지기로 예정돼 있던 앤트 파이낸셜의 세계 최대 규모 공모주 청약은 이뤄지지 않았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중국 금융감독위원회가 마윈을 소환해서 청문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고도 하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에 관해 뉴욕타임스는 지난 6일 “베이징(北京) 당국은 앤트 파이낸셜 그룹의 세계 최대 공모주 청약의 플러그를 뽑아버림으로써 투자자와 기업가들에게 중국공산당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일의 중요성을 다시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앤트 파이낸셜의 홍콩·상하이 상장 취소를 전하면서 선택한 ‘pull the plug’라는 말은 '중단시키다'라는 뜻을 가진 관용어지만, 중국 정치와 경제에서는 때때로 알 수 없는 손이 전기 플러그를 뽑아버리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래 용어 그대로 직역했다.

마윈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 앤트 파이낸셜 그룹의 중국 대륙과 홍콩 동시 상장은 취소된 것인지, 연기된 것인지 현재로서는 분명치 않다. 중국의 주식 시장에 관해 중국 지식인들은 “현재 중국경제에는 숫자가 9000만명 정도인 중국인 개미투자자들로 구성된 ‘주식투자당’과 역시 당원 숫자가 9000만명 정도인 중국공산당의 힘이 서로 작용과 반작용을 하고 있으며 ‘주식투자당’은 중국경제가 경제원리에 맞게 흘러가기를 희망하고 있는 반면, 정의감과 의무감에 넘치는 중국공산당은 ‘중국 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기든 우리 중국공산당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마윈이 인용한 시진핑의 “공을 꼭 내가 세워야 한다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는 말 역시 원래는 1930년대에 시인 후스(胡適)가 중국인들에게 이기적인 생각이 중국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지만, 시진핑이 최근에 다시 강조한 이유는 개인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중국식 사회주의의 완성을 위한 개인들의 노력도 중요하다는 뜻이라는 점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중국 지식인들은 귀띔해 주었다. <논설고문>
 

[사진=웨이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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