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을 계기로 그간 과거사·지정학적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던 한·중·일 FTA 협상이 속도를 내 연내 타결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RCEP 여세 몰아 한·중·일 FTA 협상 촉진해야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자 ‘왕이의 방한으로 역내 FTA 협상 촉진을 기대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매체는 정지융 (鄭繼永) 푸단대 북한·한국 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왕 위원의 방한이 중·일·한 FTA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왕 부장의 순방 전 RCEP 체결이 이뤄진 것은 중·일·한 FTA에 새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FTA는 이미 10년의 연구와 8년에 걸친 협상 끝에 거의 기본적으로 합의를 이룬 상태라며, RCEP 체결 기세를 몰아 질적 수준이 더 높은 한·중·일 FTA를 체결하는 것은 3국 경제 협력에 중요한 상호 촉진과 지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즈강(笪誌剛) 중국 헤이룽장성 동북아연구소장도 25일자 관영 환구시보에 칼럼에서 "한·중·일 FTA와 RCEP를 접목시켜 전 세계 수준 높은 개방의 새로운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일 FTA는 RCEP를 뒷받침하는 저수지 역할을 함으로써 RCEP의 다자간 협력 외연을 동북아 지역으로 넓히고, RCEP 이행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코로나19로···3국 협력 중요성 부각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한·중·일 협력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도 한·중·일 FTA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왕 위원의 일본·한국 순방에 이어 제9차 한·중·일 정상회의도 곧 개최될 예정이다.
웨이젠궈 전 부부장은 "미국과 유럽 지역에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에서 전 세계 경제 발전이 동쪽으로 이동하는 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시기 동아시아 제조기지와 산업 클러스트를 지탱하는 한·중·일 3국이 관세를 더 낮추고 과학기술·금융·서비스·의료·환경보호·관광·디지털경제·클라우드 컴퓨팅·스마트제조·녹색 경제의 발전을 강화하는 것을 공동 목표로 삼는 건은 당연하다고 웨이 전 부부장은 강조했다.
◆ 동북아 과거사·지정학적 갈등 치유의 해법
동북아 지역 안정과 평화발전을 위해 한·중·일 FTA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즈강 소장은 한·중·일 FTA가 동북아 지역 협력제도와 메카니즘의 부족함을 메우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역내 각국의 과거사 원한과 현실적 갈등을 치유하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동북아와 동남아 지역의 연계, 인도태평양과 북서태평양의 다원화 협력, 더 나아가 향후 아시아 시장의 통합 관점에서 길게 보면, 한·중·일 FTA를 하루 빨리 실현해야 한다고 다 소장은 강조했다.
◆ 왕이, 일본 방문에서 "한중일 FTA 속도 내자" 강조
실제로 왕이 위원도 방한에 앞서 24~25일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잇달아 한·중일 FTA 체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25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역내 협력을 추진하고 역내(한·중·일) FTA 건설에 속도를 내서 아시아의 아름다운 미래 열자"고 제안했다. 이어 중·일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RCEP를 조기 발효시켜 한·중·일 FTA 협상을 적극 추진하자"고 말했다.
한·중·일 FTA는 지난 2012년 말부터 말이 나온 뒤 8년에 걸쳐 16차례 협상을 거듭했지만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일본 과거사 문제 등 3국간 역사·정치적 분쟁이 계속되며 난항을 겪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