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잇자①-한복편] 한복에 반하고, 여행에 반하다

2020-11-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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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전주 한옥마을을 누비는 여행객의 모습[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자원 하나 없이 수많은 약탈과 전쟁을 겪으며 한없이 위축됐던 대한민국이,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꿈꿨던 '문화강국'을 실현했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석권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3주 연속 1위 소식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겼다. 독보적인 진단검사 방법 '드라이브 스루'와 한국형 진단키트 등을 통한 'K방역 문화'는 국격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대로 갈고 닦아 지구촌에 퍼뜨린 K-문화의 향기는 오래 지속할 것이다. 은은한 한국문화의 내음이 한층 짙어질 미래를 생각하며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한다. <편집자 주>


스산함 가득한 서울 도심, 궁궐 안을 들여다 ㄷ보니 알록달록 한복 꽃을 피웠던 그때가 어렴풋이 떠오른다. 명절에도 보기 힘들던 한복이 전주 한옥마을 열풍에 이어 서울 전통거리까지 화사하게 물들였던 그 날이.

전통과 문화가 스며 있는 도심의 골목마다 빛깔 고운 한복은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설렜다. 경복궁, 창덕궁은 물론이고 안국동, 북촌 한옥마을까지 사뿐사뿐 불어오는 한복 바람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한복 체험 열풍은 지난 2013년 고궁 '한복 무료입장' 이후 서서히 불어오기 시작했다. 문화재청이 4대 궁과 종묘, 조선왕릉 등에 '한복 무료입장'을 확대하면서 젊은 여행객들은 너도나도 한복 입고 즐긴 궁궐 나들이 인증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고, 열풍은 거세졌다.

그렇게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경복궁과 북촌 한옥마을 등지에서 한복 입은 여행객을 마주하는 일은 더는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여행에서도 한복은 빼놓을 수 없을 만큼 '필수' 소품이 되곤 했다. 국내 유명 관광지 곳곳에는 한복 대여점이 자리하기 시작하면서 저마다 한복을 입고 골골샅샅 여행에 나섰다. 한복을 입으면 왠지 몸가짐도 여성스러워지고 분위기도 단아해지는 게 한복만의 매력이라며 칭송하고 나섰다. 

안국동이나 삼청동에는 시간제로 대여하는 곳도 많은데, 아무래도 가격대가 저렴한 곳은 하루에 여러 사람이 입는다는 단점이 있어 최근에는 자신의 몸에 맞는 한복을 지어 입는 이들도 생겨났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부는 한복 열풍은 한복 패션에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한복의 불편함을 개선하고 생활한복처럼 기능 편의를 높인 한복으로 재해석한 덕에 한복을 입고 즐기는 여행의 만족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고급 전통한복부터 생활한복까지 취향에 따라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한복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이 새삼 놀랍다. 여기에 꽃신, 댕기, 손가방 등만 잘 고르면 여행의 품격도 올라가는 듯하다. 

한복 입고 떠나는 여행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확대됐다. '한복 입고 해외여행 하기' 붐을 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복 입고 해외여행',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다' 등의 문구와 함께 해외여행지에서 한복 입고 찍은 '인증샷'을 올리는 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생경한 공간에서 뽐낸 익숙한 의상은 그 의상의 매력을 배가시키기는 듯했다. 

한복을 입고 셀프카메라를 찍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한복 마니아'의 모습은 인스타그램 #한복스타그램 #한복입고 #한복여행 #한복데이트 등 넘쳐나는 해시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복을 입으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옷이 한복을 입으니 삶은 더 풍요로워진 듯하다"고 얘기한 어느 한복 여행가의 말이 문득 떠오르는 지금이다. 한복 입고 즐기는 여행의 매력을 세계에 널리 알릴 그 날,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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