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의장 원인철)가 '북한 남성 22사단 GOP 월책 사건' 조사 결과 발표 요구를 10여 일 이상 거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내려지자마자,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는 육군 12사단 GOP 현장을 취재진에 공개하고 보완 대책을 설명할 계획이다.
25일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50분 일정으로 국방부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육군 12사단 GOP 현장 취재를 실시한다.
주요 내용은 GOP 작전 현황을 설명하고, 과학화 경계시스템 정밀 분석 결과 및 보완 대책 등이다. 합참 소속의 육군 본부 군참부장의 설명으로 진행된다.
북한 남성 월책 사건 발생은 육군 22사단 관할 지역에서 일어났다.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먹통이 된 곳도 육군 22사단 관할 지역이지 육군 12사단 내 지역이 아니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건 현장 검증 아닌 견학 목적"이라고 해명했다.
합참의 해명대로라면 첫째, 사건 현장 검증도 아닌 단순 견학인데 왜 전날 군대 내 코로나19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것일까.
둘째, 합참 소속의 육군 본부 군참부장까지 동원돼 과학화 경계시스템 정밀 분석 결과 및 보완 대책 등을 밝힐 필요는 무엇일까.
셋째, 갑작스레 결정된 견학을 왜 '북한 남성 GOP 월책 사건'이 발생한 육군 22사단과 같은 동부전선 일대인 12사단으로 가는 것일까.
합참 관계자는 "(기자들의) GOP 작전환경과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되묻고 싶다. 이 시점에 '견학'을 통해 GOP 작전환경과 과학화경계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기자들에게 구할 이유가 무엇인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이 월책 현장에 급파돼 조사를 벌인지 10여 일이 넘었다. 그런데 결과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 4일 군 관계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8군단과 22사단 등에서 북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군사분계선을) '복수'로 넘어왔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최초 몇 명이 월남했는지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한 명만 잡히고 나머지는 (북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내용이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해당 부대 TOD에는 이를 의심할 정황이 포착됐다. 이에 대해 합참 측은 "동일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객관이 아닌 주관적인 표현을 썼다. 북한 남성의 월책이 귀순인지 침투인지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반드시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먹통이 된 과학화경계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지난 6일 군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해당 부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광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지역이 강풍이 심한 곳이다. 강풍과 동물 등에 의한 센서 작동을 우려해 (해당 부대가 자체적으로) 감지 센서 강도를 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광망 센서는 흔들림 감지 외에도, 적(敵)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하중(누르는 힘)이 느껴질 때 역시 작동한다. 그러나 북한 남성이 월책 당시 광망 감지 센서가 달린 윤형 철조망은 눌린 흔적이 선명했지만 먹통이었다. 때문에 광망 감지 센서 감도 조절을 넘어 애초에 '센서를 꺼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기 실정이다.
이런 의혹 뿐만 아니라, 북한 남성 GOP 월책 사건 조사 결과 발표조차 뭉개기로 일관하고 있는 합참이 코로나19 군대 내 거리두기 2단계 와중에 산악 지형의 이점으로 동부 전선 일대에서 가장 적(敵) 침투가 어렵다고 평가받는 육군 12사단 GOP 견학을 결정했다. 목적과 이유를 두고 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견학은 '팸투어'와 크게 다른 말이 아니다. 국민들은 기자들의 팸투어에 대해 '밥 얻어 먹고 좋은 기사 써주는 관광'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견학'이라는 단어가 취재 기자들에게 주는 수치스러움을 알고도 이날 일정을 현장 검증이 아닌 견학이라고 극구 해명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