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가 새로운 감각을 깨우며, 다양한 문화를 재생시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김태훈)이 주관하는 문화역서울 284의 기획전시 ‘레코드284-문화를 재생하다’가 오는 25일 개막한다.
24일 서울 용산구 문화역서울 284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박민준 음악 큐레이터는 “음악가들이 레코드 문화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했다”며 “최근 몇 년간 레코드를 트는 디제이(DJ) 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레코드로만 존재하는 1990년대 이전 음악들을 통해 자기만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디제이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스피커 등 레코드를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소규모 클럽 등이 생긴 것도 주목할 만하다.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에서 레코드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권정민 객원 큐레이터는 “앉아서 판을 고르고, 레코드를 꺼내고, 바늘을 올리는 경험은 아날로그적이다”며 “음악을 듣는 것을 주체적으로 하는 소중한 행위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두 가지 관점에서 관람 포인트가 있다. 우선, ‘레코드 마스터’는 레코드 문화와 산업을 이끌어온 마스터들의 이야기이다. ▲레코드의 전 공정 생산 시스템을 갖춘 국내 대표 기업 마장뮤직앤픽처스, ▲신해철·듀스·윤종신 등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대중 가수들의 음반 표지 사진을 찍어온 안성진이 선정한 15점의 사진들, ▲턴테이블리즘을 추구하는 디제이 소울스케이프의 레코드 54선, ▲희귀 음반과 턴테이블 수집가 레몬이 소개하는 1960~80년대 턴테이블들, ▲대중음악평론가 최규성이 선별한 1980~90년대 명반 20선, ▲국내 최대 규모의 음반 축제 ‘서울레코드페어’가 발매해온 한정반들과 포스터 등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전시된다.
‘레코드 문화’는 동시대 디자이너와 현대 미술가들의 작품 안에서 재해석된 레코드 문화를 다룬다. ▲레코드에 관한 기억을 주제로 한 장유정의 설치 작품과 ▲이선미와 베리구즈가 조성한 음반과 식물이 있는 공간이 영상 매체로 전시된다. 또한 ▲SWNA, 제로랩, 스튜디오 워드, 월간오브제 등의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레코드 수납과 청음을 위한 가구들이 서울 시내 9 곳의 복합문화공간에서 전시된다. 성수동의 메쉬커피·로스트성수·에디토리·오르에르·카페포제·코사이어티·타임애프터타임, 연남동의 사운즈굿, 한남동의 챕터원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다.
김태훈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원장은 “1980년 중후반 CD가 등장하면서 사라질 것 같았던 LP가 디지털 스트리밍 시대에 다시 부활하고 있다”며 “레코드는 퇴보가 아닌 놀이하는 인간(호모 루덴스)의 창작 도구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대면 환경에서도 보다 안전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도록 서울 곳곳의 레코드 관련 공간과 협력하고, 문화역서울 284 앞 광장의 AR체험 공간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증강된 전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며 “관람객들은 레코드의 소리골을 따라 음악을 들으며 창작의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역서울 284의 ‘선물의 집’이 준비한 레코드284 한정 기념상품들도 전시의 경험을 한층 강화한다. 서울역과 얽힌 한국인의 삶의 이야기를 주제로 발매 예정인 7인치 싱글 한정반(EP)은 재즈피아니스트 윤석철 트리오, 색소포니스트 김오키 등이 참여했다.
온라인 협력 플랫폼을 통해서 사전 감상하고 예약 구매할 수 있다. 레코드284 캐릭터 상품은 라이프 스타일 편집숍 티더블유엘(TWL)에서 전시와 함께 만나볼 수 있으며 온라인 예스24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온라인 플랫폼의 ‘라디오284’에서는 디제이들의 비대면 라이브 공연과 디제이 소울스케이프가 추천한 음악을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레코드와 관련된 이색 공간들의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2월 3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