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육군 22사단이 관할하는 강원도 동부지역 남방한계선(GOP)을 월책한 북한민이 과거 기계체조 선수경력을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월책한 남성은 작은 키에 몸무게 50㎏ 정도의 왜소한 체격으로 우리 측 요원 앞에서 월책 당시 상황을 두 차례 시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 센터장은 "기계체조 선수라면 유연성은 있겠지만 윤형 철조망 구조를 잘 모르고 하는 추정이다"며 "각개전투 기본 전술에 보면 '마음 대로 상상하면 전장에서 판단 오류를 범하게 된다'고 돼있다"고 섣부른 추측을 경계했다.
그간 높이 3m가량의 철책을 북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 어떻게 손쉽게 넘을 수 있었나 의문이 제기돼 왔다. 때문에 나무 등을 이용해 사다리처럼 철조망에 걸쳐 오른 뒤 벗은 윗옷을 윤형 철조망에 걸쳐 타고 넘어왔다는 등 다양한 추론이 제기됐었다.
다만, 이 방법 역시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단순 주민이라면 생각해 내기 어렵고, 설사 알고 있다 하더라도 쉽사리 따라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정말 북한군과 상관없는 민간인이 확실한지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됐었다.
현재 해당 남성은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귀순 의사가 있었다면, △지난 3일 육군 22사단 관할 GOP 철책을 넘을 당시 왜 즉각 투항해 귀순의사를 밝히지 않았는지 △14시간 동안 월책 지점에서 남쪽으로 1.5㎞ 떨어진 곳까지 이동했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 주민 월책 당시 철책 상단의 윤형 철조망이 구부러질 정도로 눌렸고, 윤형 철조망에 설치된 상단 감지 센서까지 건드렸으나, 광망 감지 센서가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사건 발생 20여일이 넘은 현재까지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일 군 관계자는 아주경제에 "해당 부대가 자체 조사한 결과 광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해당 지역이 강풍이 심한 곳이다. 강풍과 동물 등에 의한 센서 작동을 우려해 (해당 부대가 자체적으로) 감지 센서 강도를 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육군 22사단이 강풍과 동물 등으로 인한 오작동으로 부대원들이 출동하는 비율을 줄이기 위해 센서를 일부러 조절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북한 남성이 월책할 때 군의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먹통이 됐다. 군 당국이 앞서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는 설명과는 배치되는 대목이다.
특히 광망 센서는 흔들림 감지 외에도, 적(敵)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하중(누르는 힘)이 느껴질 때 역시 작동한다. 그러나 북한 남성이 월책 당시 구부러진 광망 감지 센서는 먹통이었다. 때문에 광망 감지 센서 감도 조절을 넘어 애초에 '센서를 꺼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사건 발생 직후 관련 브리핑에서 "철책 상단의 윤형 철조망이 살짝 눌린 흔적만 있고, 철책 자체가 절단되는 등의 훼손 흔적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합참은 전비태세검열실을 육군 22사단에 파견해 월책 당시 경계작전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GOP 과학화경계감시가 왜 울리지 않았는지 등에 대해 다각도로 조사했지만 결과 발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