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경제계에 남북 경제협력(경협) 2.0시대를 함께 열어나가며 ‘남북 경협 비전을 위한 기업-정부 간 만남’ 정례화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기업인들은 남북 경협의 시간을 준비에 공감하면서도 남북 관계 안정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23일 오후 서울 중국 롯데호텔 피콕스위트에서 열린 경제계 인사 간담회를 통해 경제협력 등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그는 현재 정부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 여러 가지 다방면으로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으는 중이라며 남북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기 위한 기업들의 의견을 듣고자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北, 경제 성과에 집중할 듯···기업 관심 가져야”
이 장관은 북한이 내년 1월 예정된 제8차 노동당 대회를 계기로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경제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대비해 북한이 남북 간 협력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전략적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한 경제인들의 관심을 요구했다.
그는 “(북한은) 내년 당대회에서 부흥과 번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표방했다”며 “(북한으로선) 올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해 등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었기에 경제적 성과 창출에 훨씬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특히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을 강조하며 남북경협 2.0시대를 함께 열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또 이를 위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남북 경협 비전을 위한 기업과 정부 간 정례화된 만남을 제안했다.
그는 “작은 정세에서 큰 정세로의 변환기에 정부와 기업이 역할분담을 통해 남북 경협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통일부 장관으로서의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언급, “비핵화 협상 진전으로 인해 대북제재의 유연성이 만들어진다면 남북 경협의 문제는 빠르게 시작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저평가)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전환하는 데 정부와 기업 간의 협력이 중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는 남북경협 리스크(위험) 요인 극복 등 경협 환경을 마련하고 북한 지역 개별 관광이나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사업 재개 등 그동안의 과제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아주 작지만, 호혜적인 경협 사업들을 발굴하고 추진해 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불확실성 기피…남북 관계 안정화되길”
이 장관의 제안에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은 남북 관계 안정화를 언급하며 통일부의 역할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사장은 “2년 전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이 화해협력의 시대로 들어가겠구나 하는 큰 기대를 하고, 기업도 ‘남북번영의 시대로 어떻게 열어갈 수 있을까’(하는) 나름대로 역할도 모색하고 그런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게도 지난 2년 동안 남북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하지 못해서 저희도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면서 “흔히 기업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남북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가기를 저희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고 있다”고 이 장관의 역할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는 지난 2018년 9월 남북정상회담 방북길에 동행했던 경제인 특별대표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이 사장을 비롯해 박영춘 SK 부사장, 윤대식 LG전자 대외협력담당 전무, 이보성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장 등 4대 기업 인사가 참석했다.
경제단체에서는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정윤숙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고, 남북경협단체에서는 이백훈 현대아산 대표이사, 정창화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 신한용 개성공단 기업협회장 등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