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르 佛대사 인터뷰] "그린뉴딜, 비용 아닌 투자...한·불처럼 상호보완 관계"

2020-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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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화=탈산업화' 도식은 오해...한·불 등 산업 강국은 '경제성' 적극 확보해야

한·불 수소산업은 상호보완 챔피언...佛, 수소 물류체계 '테스트베드' 역할도 환영

"에너지 전환은 산업계의 소멸이나 위축을 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세계 경제·산업의 대변혁을 일으켜 새로운 '공생' 관계를 구축해나아가는 것입니다. 다만, 이는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닐뿐더러 기적의 해결방안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 '성공의 열쇠는 실행에 있다'고 말한 것처럼, 2050년 '탄소 배출 제로(0)'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국가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대문구 합동 소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인터뷰 중인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

 
필립 르포르 한국 주재 프랑스대사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합동 소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뉴딜' 정책 확대 상황에 따른 탄소중립 선언의 중요성, 그리고 이와 관련한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경제 교류 확대 방안을 제안했다.

르포르 대사는 "탄소중립의 개념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 뿐 아니라 녹지 확대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공정으로 이를 흡수해 '순 배출량 제로'로 상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2015년 체결한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전 세계의 모든 활동 부문을 포괄하는 공통 목표"라며 "이젠 일상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고려할 필요가 생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실제 프랑스에선 기업·사회단체·노조·소비자 대표 등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포괄적 접근 방식을 채택하면서 탄소중립은 국토정비나 교육과 같은 국가 중대사로 자리잡았다.

법적으로도 프랑스 정부는 2015년에는 '녹색성장 전환'을 2019년에는 '탄소중립 목표'를 법에 새겼고, 이후 '탄소 예산 5개년 계획'을 수립해 국가 차원에서 '오염시킬 권리'를 섬세하게 관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연합(UN) 기후변화협상 기간 중 에펠탑이 전광판에 '플랜B는 없다'는 문구를 내보내 기후협정 합의를 촉구했다.[사진=AP·연합뉴스]

 
'탈탄소=탈산업? NON!'...각국 '경제성' 고려한 복잡한 '투자'  

르포르 대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를 투자 개념으로 생각해야지, 지출 개념으로 보면 안된다"며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탈산업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이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명확한 것은 오늘날 현대사회는 비산업적인 에너지를 사용하는 세계로 회귀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면서 "일부 기업의 적응도 필요하겠지만, 수많은 기업은 중대한 확장을 겪고 새로운 산업도 등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르포르 대사는 "한국과 프랑스와 같은 산업 강국은 저렴한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기에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에너지 전환 과정에는 수많은 접근 방식과 복잡한 계산법이 도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감축, 즉 '탈탄소'라는 목표는 같지만, 각 국가의 정책 방향과 상황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각국마다 경쟁력 있는 친환경 에너지 기술이 다를 수 있는 만큼, 서로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갈 경우 이른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프랑스의 경우, 탄소 배출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석탄·석유 발전) 의존도를 낮추고 재생에너지를 대체하는 과정에서 단계적인 방식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해가는 과정에서 자국이 이미 갖춘 원자력 발전 인프라를 하나의 대체재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만, 안전성 우려 목소리를 고려해 철저한 감독 체계와 사후관리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프랑스 정부는 2019년 기준 전체 생산 전력의 90%(원자력 70%·신재생에너지 21.5%)를 탈탄소화하고 화석연료의 비중은 8% 미만으로 낮췄다. 특히, 석탄 사용(0.3%)을 최소화해 향후 몇 년 안에 완전히 퇴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의 저렴한 가격은 재생에너지의 대체 가능성 지표로도 활용된다. 재생에너지 생산단가를 원자력 수준에 근접하도록 개선해나가면서 산업 활용성과 비용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장 클로드 마지 주한 프랑스대사관 에너지 신기술 참사관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프랑스의 에너지원별 생산단가는 원자력이 킬로와트시(kWh)당 0.05유로(약 66원),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각각 0.1유로 정도다. 반면, 재생에너지의 경우 △태양광 발전 0.14유로 △해상 풍력 0.08유로 △지상 풍력 0.18유로로 각각 원자력의 2.8배, 1.6배, 3.6배 수준이다.

 

지난 2018년 프랑스 정부가 도입한 수소버스 모습.[사진=주한 프랑스대사관 제공]

 
"윈-윈 한·불...수소산업계 상호보완 챔피언"

평소 '한·불 양국의 비즈니스 교류는 서로 윈윈(win-win) 관계'라고 강조해왔던 르포르 대사는 이날 역시 "큰 잠재력을 가진 양국이 함께 협력한다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25년까지 160조원(약 1218억 유로·국비 114조원)을 투입하는 '한국판 뉴딜' 계획을, 프랑스는 2022년까지 1000억 유로(약 137조원)을 투입하는 '프랑스 경제 복구 계획(France Relance·프랑스 재개)'을 통해 탈탄소화 경제를 가속화하는 공공정책을 수립한 상황이다. 

르포르 대사는 기후변화 대응 과정에서 양국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수소에너지 기술은 프랑스와 한국 모두 장려하는 기술이며 양국에는 수소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인 '세계 챔피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 정부는 수소전지가 대형 화물차나 기차 등에 활용도가 높다고 판단해 이에 주력한 반면, 한국은 수소차 보급을 목표로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면서 "혁신 개발 분야에 있어서 상호보완적인 위치"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넥쏘' 모델로 세계 최초 수소 승용차 시장에 뛰어들었다면, 프랑스 키올리스와 알스톰은 각각 세계 최초로 수소버스와 수소열차를 상용화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액화수소 생산·저장·공급 기술에서 세계 업계를 주도하는 에어리퀴드도 언급하며 도심 수소충전소 구축 등에서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르포르 대사는 "한국은 수소차 보급 활성화에도 도심 수소충전소 설치에 어려움을 겪어 난항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프랑스 도심에는 이미 대형 수소충전소를 여럿 설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에선 다양한 수소 물류체계 구축 실험이 용이하다"면서 "한국이 원한다면 테스트베드(시험 공간)로 활용한다고 해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알스톰이 상용화한 수소열차 모습(위)과 기술 설명도(아래). 열차 상단 파란색 부분이 수소 저장부로, 수소를 상단 초록색 부분에 실린 산소와 반응시켜 전력을 얻고 열차 하단 초록색 상자의 배터리에 저장한다.[사진=알스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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