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을,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습니까. 기자님한테 ‘20억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 살아라' 하면 살 수 있겠습니까. 보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게 싫습니다."
경찰의 강압수사로 여중생의 살인범으로 몰려 억울하게 20년 간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는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자신의 '형사보상금'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형사보상금은 형사 피의자 또는 형사 피고인으로 구금됐던 사람이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국가에 청구하는 보상금을 말한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며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윤씨의 자백이 당시 윤씨를 심문한 경찰의 폭행·가혹행위에 의한 것이었고, 국과수 감정서에도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재심 재판을 담당한 이상혁(사법연수원 36기), 송민주(42기) 두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윤씨를 향해 머리를 숙였다.
윤씨는 최후변론에서 "재판이 끝나면 저는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며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윤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에서 발생한 박모(당시 13·중학생)양 성폭행 피살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20년 간 복역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진 뒤 재수사 끝에 윤씨의 무고함이 밝혀졌다.
지난 2009년 가석방된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올해 1월 이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윤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전문가들은 윤씨에 대한 형사보상금 20억원 정도일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윤씨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한다면 형사보상금에 대한 이자 등을 고려해 최대 40억원 정도의 보상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