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선생께서는 붓 1000개를 부러뜨리셨다고 들었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
일산의 새로운 길이 시작됐다. 조한규 서예전 ‘일념통천’(一念通天)이 오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일백헌갤러리’에서 열린다. ‘만천명월주지옹’(萬川明月主旨翁)·‘선호념’(善護念)·‘무량복덕’(無量福德)·‘전발’(剪跋) 등 서예작품 24점이 전시됐다.
개막식 축사는 1974년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 창립한 함세웅 신부가 맡았다.
함 신부는 “한 생각으로 하늘과 회통한다는 ‘일념통천’을 통해 개인·가정·공동체를 위해서 또 민족의 화합과 일치를 위해서 바라는 것들을 이루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내천 필법’은 함 신부님이 처음이실 것이다”고 말한 조 씨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일념통천’을 전달했다.
9세였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네 서당에서 붓글씨를 배운 작가는 세계일보 사장을 그만둔 뒤 미술품 감정학자이자 서예가인 이동천 박사로부터 ‘신경필법’(神經筆法)을 배웠다. ‘신경필법’은 중국 서예가 왕희지(王羲之)의 필법에 붓에 신경을 담는 운필(運筆)을 가미해 창안한 비법이다.
그는 ‘신경필법’을 ‘심필’(心筆)이라고 표현했다. 조 씨는 “혼(魂)을 담은 필력, 기(氣)가 발산되는 운필이 중요하다. 기존의 서예가 정해진 틀의 전통적인 미를 추구했다면, 이제는 모든 신경을 붓끝으로 모아 마음 가는 대로 붓을 움직이는 ‘심필’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마음을 담은 작가의 작품은 실제로 보니 매우 역동적이었다. “형태나 모양에 신경 쓰지 말고 붓을 꽉 잡고 목숨을 바쳐 있는 힘껏 쓰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덕분이다.
한옥을 개조한 ‘일백헌갤러리’와 작가가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작품들이 너무도 잘 어울렸다.
개막식을 찾은 관계자들은 “조 선생님의 작품은 확실히 다르다. 옛 명필들을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필체를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