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인수 ‘캐스팅 보트’ 쥔 국민연금… 행동주의 행보 주목

2020-11-2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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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5000억 조달 시, 기존주주 스탠스 최대 관건

국민연금, 한진칼 지분 8.1% 보유…유증참여 변수

“현재까지 대한항공 측 명문화된 공식적 설명없다”

자료사진.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각 사 제공]

[데일리동방]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이슈와 맞물려 진행되는 가운데, 한진칼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존재감이 커지는 양상이다.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인 만큼 국민연금 측은 상황을 관망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패가 ‘캐스팅 보트(두 세력이 비슷할 때 그 승패를 결정하는 제3의 투표)’를 쥔 국민연금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속속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한항공 입장에서 1조7000억원의 자금을 기존 주주, 일반 공모로 조달해야 한다”며 “신규 발행규모가 크다는 측면에서 기존 주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 역시 “항공산업의 위기 속에 정부와 산은이 직접 나서는 등 통상의 M&A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면서도 이번 인수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가진 지위적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현재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의 채권단으로서 한진칼에 8000억원(제3자배정 유상증자 5000억원+교환사채 3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이어 한진칼은 대한항공에 8000억원을 대출하고,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대한항공이 한진칼의 유상증자 참여하는 800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1조7000억원의 자금을 기존 주주들로부터 확보할 수 있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한진칼의 대주주 중 한 곳이다. 3분기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분 29.27%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등재돼 있다. 뒤를 이어 국민연금은 지분 8.11%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이 국민연금을 어떻게든 유상증자에 끌어들어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최근까지 ‘스튜어드십 행동주의’를 강화하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어 이번 M&A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이번 M&A는 위기의 항공산업을 지켜내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 혈세로 재벌의 배를 불린다는 비난 역시 커 쉽게 증자참여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예로, 국민연금은 지난달 LG화학의 물적분할 계획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앞서 진행된 동아제약 지주사 전환 때에도 반대표를 던지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을 했다.

이에 관해 국민연금 측은 “검토 시기가 이르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이번 인수 계획에 관한 명문화된 공식적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인수절차가 진행되면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갈 지, 또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거나 확인된 부분이 있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부 검토를 하기에는 시기상조라 별도의 입장을 밝히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KCGI(강성부펀드)가 산은의 한진칼 대상 제3자 유상증자를 막기 위해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산은 역시 가처분신청이 인용될 경우 ‘딜 무산’을 예상하는 등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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