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본격적인 개막을 앞두고 세계 각국 지도자들이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이달 초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승기를 거머쥐자 각국 정상에게서 축전이 쏟아졌다. 반면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권위주의 지도자들은 침묵하거나 뒤늦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이든 당선인이 내년 1월, 대통령으로 취임해 백악관에 입성한 이후 세계 각국의 정상들의 표정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연내 브렉시트 이행해야 하는 英 존슨 총리, 골머리 앓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표정이 어둡다. FT는 바이든의 등장 이후 존슨 총리가 패배자가 됐다고 꼽았다.바이든 당선인은 존슨 총리가 주도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올해 말까지 브렉시트 이행을 끝마쳐야 하는 존슨 입장에서 바이든의 당선은 '악재'인 셈이다. 유럽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전제로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존슨 총리는 고민에 빠졌다.
바이든은 아일랜드 이민자 후손인 데다가 영국의 EU 탈퇴를 역사적인 오류로 보고 있어서다. 때문에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영국과 미국의 FTA를 서둘러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일단 침묵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정치·이념적 우방 중 한 명인 보우소나루 입장에서는 바이든의 당선이 달갑지 않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과격한 언행이 닮아 '남미의 트럼프'라고도 불려왔다.브라질은 기후 변화 문제부터 중국, 베네수엘라와의 관계까지 외교 정책에 있어 미국의 선례를 따랐었다. 역사적으로 중립적이고 비동맹적인 외교 정책을 자부해온 브라질로서는 큰 변화였다.
그러나 바이든의 당선으로 가장 큰 그늘을 잃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뒤늦게 트럼프 대통령과의 선 긋기에 나선 상태다. 그는 미국 대선에서 승부의 추가 바이든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지지자들에게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선을 긋기 시작했다. 이 같은 기조의 변화는 바이든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직면한 냉엄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바이든 시대 개막 이후 고립되지 않으려면 외교정책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와 궁합 잘 맞던 푸틴, 바이든 당선이 불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정책적 노선이 다른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푸틴은 지금까지 바이든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소식이 전해진 직후 축하 성명을 내놨던 모습과는 상반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해왔던 푸틴이 바이든 행정부와는 '기 싸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바이든의 당선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바이든은 미국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국가로 중국이 아닌 러시아를 꼽은 바 있다. 미국의 안보와 동맹을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바이든은 지난달 22일 마지막 토론에서 러시아와 이란 등이 선거 개입 시도를 거론하며 "내가 당선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시대를 맞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할지 바이든 행정부를 러시아의 적으로 규정하고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가야 할 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 외에도 나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도 바이든의 당선으로 손해를 보게 된 지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두퉈웠던 정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