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산업은행이 추진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안이 일반주주의 부담을 가중하고 주주가치를 희석할 것으로 예상돼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합병과정에서 산은 부담금을 제외한 1조7000억원을 대한항공 일반 주주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여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실패에 따른 부담을 개미들에게 떠넘긴 것이라는 비난 여론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나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순탄치않을 것인란 전망이다.
◇인수 비용 55%, 대한항공 일반 주주가 부담
현재 산은이 제시하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인수 계획은 우선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하고, 한진칼이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구조다. 대한항공은 2조5000억원 중 1조8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중 11조5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에서 발생하는 신주를 인수하고, 3000억원은 아시아나항공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이다. 나머지 7000억원은 통합 후 추가로 필요한 자금 소요를 위해 비축한다.
현재 이 방식대로 양 항공사 통합이 진행되면 절반 이상의 비용을 일반 주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산업은행은 전체 인수 금액 중 8000억원인 45%를 책임지게 되고, 나머지 55%는 국민연금과 우리사주조합과 같은 대한항공 일반 주주들이 부담하는 것이다.
특히 대한항공 일반 주주들은 이미 7월에 진행된 7700억원 규모 신주 인수에 참여했음에도 추가로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신주 발행에도 동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대한항공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게 돼 경쟁력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주주가치 희석 문제는 피할 수 없게 된다.
대한항공 소액 투자자들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실패를 수습하기 위해 기존의 대한항공 주주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사안임에도 일반 주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종목토론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나라를 빚더미로 만들고 있다", "개미들이 피땀흘려 번 돈은 망해가는 회사가 이득보는데 사용된다", "부도덕한 기업이 대규모 유상증자로 개미들 돈 끌어다 빚잔치하고 있다" 등의 비판글이 꾸준히 게재되고 있다.
◇여권도 '혈세 낭비·졸속 추진' 비판 합세
혈세낭비 여론이 일자 정치권도 나서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무위원인 이용우·박용진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17일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추진 과정에서 자금 투입의 대상이 대한항공이 아닌 한진칼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두 의원은 "산업은행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에 3조3000억원을 지원하고 제3자 인수를 추진해왔으나 그 성과가 없었다"며 "이번 통합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대로 통합을 추진하면 산업은행은 10.66%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주들의 지분가치는 희석되고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의 이익은 배가될 것"이라며 "8000억원이라는 국민 혈세가 국가전략산업의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닌 대한항공 총수 일가와 아시아나항공 문제에 책임있는 대주주 및 채권단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다. 더 나아가 향후 항공산업의 독점에 이용된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최근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늘어나면서, 기업이나 감독당국 의사결정에 여론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학개미'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공매도 금지가 연장되고 주식 양도세 부과 기준이 바뀌는 등 정책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추세"라며 "개인투자자들이 집단 움직임을 벌일 경우 산은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안에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