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이번엔 바이오주"...코로나 백신주 늘리고 은행주 줄이고

'가치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3분기부터 바이오·제약주를 쓸어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기다리며 무려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사들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사진=로이터·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지난 3분기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제약기업에 57억 달러(약 6조3110억원)을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번에 투자한 제약사들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머크와 화이자를 비롯해 미국 애브비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 등이다.

매수 규모는 △애브비(18억6254만 달러·2130만주) △머크(18억5834만 달러·2240만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18억696만 달러·3000만주) △화이자(1억3622만 달러·370만주) 순이며, 머크와 화이자는 신규 투자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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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버핏은 지난 몇 년 동안 제약·헬스케어 부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제약사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와 같이 베팅했다는 평가다.

대런 폴락 체비엇밸류매니지먼트 LLC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자 메모에서 "그간 버핏은 제약 산업에 투자할 때 소수 지분을 나눠 매입하는 바스켓 방식을 선호해왔다"면서 "이번 대규모 바이오주 투자는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제약산업이 장기적으로 미국의 주요 비지니스로 자리잡는다는 통찰"이라고 풀이했다.

버핏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투자 방식이 장기간 성장세를 통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산업을 대규모로 매입해왔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9일 화이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결과 90%의 감염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백신 조기 출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한 상태다.

버핏은 해당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인 지난 7~9월에 화이자에 투자하는 선견지명을 발휘한 것이다.

반면, 버핏 회장은 항공주에 이어 은행주의 투자 비중도 낮췄다. 특히 JP모건 체이스와 웰스파고의 지분을 대부분 줄였고, 은행주 중에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지분 만을 대거 늘렸다. PNC파이낸셜과 M&T 뱅크 등 다른 은행주 지분도 일부 매각했다.

앞서 2분기 말 기준 버크셔는 20억 달러 어치(2200만주)가 넘는 JP모건 주식을 보유했었지만, 3분기 동안 95%의 지분을 매각해 9월 말 보유량은 9311만 달러(100만주 이하)에 불과했다.

작년 말 기준 8.4%의 지분을 보유했던 웰스파고 주식은 올해 60% 이상 이미 처분했으며, 3분기 말 웰스파고 주식 보유량은 1억2700만주(지분율 3.3%)로 난 8월 중순 기준에서도 1000만주 가량 줄었다.

일각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웰스파고 지분을 완전히 처분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는 웰스파고에 대해 버핏 회장은 차기 최고경영자(CEO)를 월가 밖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반영하지 않아 실망감이 컸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버크셔는 BofA 지분율은 9%가량 늘렸다. 주식 정보 제공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버크셔의 지분율은 약 12%로, 버핏이 언급해왔던 기업당 최대 지분율인 10%을 넘긴 수준이다.

이 외에도 2분기 말에 13억 달러 규모였던 코스트코 주식을 전량 매각했으며, 40억 달러의 애플 주식을 매각해 지난 9월30일 기준 1117억 달러 규모의 애플 주식을 보유 중이다. 대략 9억6500만주로 추산된다.

미국 3위 규모의 무선통신 사업자 티모바일에는 2억7600만 달러 가량 투자했다.

버크셔의 3분기 주식 매수액과 매도액은 각각 176억 달러와 128억 달러로, 순매수액이 48억 달러에 달한다. 전체 투자규모는 지난 9월30일 기준 2450억 달러로 집계됐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3분기 동안 93억 달러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 올해 9월까지 총 160억 달러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2% 감소한 54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파로 보험 사업 등에서 실적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 등에 대한 투자이익 덕분에 순이익은 82% 늘어난 301억 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