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DSR 규제 전에 막차 타야" 은행 영업점, 대기업 직원들로 북적

2020-11-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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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다시 와주세요, 고객님. 상담하러 오신 분들이 지금 너무 많습니다."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기업 사업장에서 근무 중인 A씨는 16일 오전 신용대출 상담을 위해 인근 은행 영업점을 찾았다. A씨는 은행 관계자로부터 오후에야 상담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입구에서 발길을 돌렸다. A씨 외에도 상담을 받으러 내방한 이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들어서 A씨는 해당 영업점에 여러번 전화를 걸었지만 계속 통화 중인 상태였다.

금융당국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안을 내놓은 뒤 처음 맞는 영업일인 이날 은행 창구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을 신청한 이들로 북적였다. 영업점별로 온도 차는 있었다. 대부분의 영업점들은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지만,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영업점 일부와 대기업 건물 내에 입점한 지점들은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 종로구에 있는 B은행 영업점의 대출 창구 담당자는 "규제 방안이 발표된 지난 13일 오후부터 내방 고객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금일 오전 찾은 20여명의 고객 중 16~17명이 신용대출 상담 목적으로 내방했는데, 이는 평소에 2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C은행 관계자 역시 "오후 들어서 신용대출 상담을 위해 문의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모바일뱅킹 등 다른 비대면 채널까지 고려할 경우 실제 상담 수요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대기업 재직자 등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갑자기 늘어난 이유는 13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관리방안 때문이다. 오는 30일부터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가 신용대출을 1억원 이상 받을 경우 개인 단위로 DSR 규제를 적용하고, 신용대출을 1억원 초과해 받은 뒤 1년 내 규제지역에서 집을 살 경우 대출을 2주 안에 회수하는 것이 골자다.

규제 방안이 나오자마자 '막차에 탑승해야 한다'는 심리에 불이 붙었다. 30일 이전에 신용대출을 이미 받은 경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 심사에서 실행까지 통상 1주일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해 일부 고소득자들이 마지막 '영끌'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신용대출 받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 부동산 매매와 무관하게 '일단 받고 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 또한 이러한 선수요를 예상하긴 했다. 규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제도 시행 전이라도 규제 선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이 자율적으로 차주 단위 DSR을 적용·운영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이유다.

그러나 시중은행들 상당수는 아직 DSR 기준 강화에 미온적인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지침을 주기 이전에는 특별히 움직일 계획이 없다"며 "당분간은 개인 신용대출 증가세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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