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 JB, DGB 등 지방지주들은 내년도 경영전략 짜기에 돌입했다. 통상 금융사는 3분기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해 구체적인 목표 실적을 설정한다. 올해 실적 흐름이 당초 목표치에 크게 못 미친 만큼, 실적방어를 최우선에 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지방지주들의 실적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BNK, JB, DGB 지주의 올해(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작년보다 6.7% 감소한 1조218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KB·신한·하나·우리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이 3.3%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감소폭이 2배가량 크다.
3분기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좋지 못하다.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9.4% 늘었지만, 지방 금융지주는 오히려 0.3%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수혜를 본 ‘빚투(대출 받아 투자)’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 시중은행이 더 싼 금리를 대출자들에게 제시해 고객을 끌어모았기 때문이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등에서 규모가 다른 시중은행과 정면승부를 하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와중에 부실채권 비중은 차곡차곡 높아지고 있다. 대구은행의 9월 말 요주의 여신 잔액은 5137억원으로 전분기보다 30.7%(1208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의 요주의 여신도 각각 16.1%, 36.8% 늘었다. 요주의 여신은 금융기관 여신 중 1~3개월 연체된 채권을 말한다. 향후 차주의 채무상환능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인 요인이 있다고 판단한다.
지방은행들은 내년에 ‘중금리 대출’ 취급 비중을 적극적으로 키울 방침이다. 시중은행들이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비중을 줄이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빈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수익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리스크 관리 고도화 작업도 함께 병행한다.
그간 의욕적으로 나섰던 수도권 진출은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이 크게 떨어진 만큼, 지역 영업체계를 가다듬는 데 더 많은 역량을 할애할 계획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수도권 진출보다는 거점지역 내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보다 세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필요시 비상경영 체제로 빠르게 전환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저금리와 코로나19 영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련 검토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라며 “이외에 연체율 관리 등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