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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에서 남과 북이 '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을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치러내기 위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한다.” (문재인 대통령,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 화상회의)
“내년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이 성공하려면 한·일 관계가 좋아야 하며 북한의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 제28차 한일포럼 기조연설 후 국회 기자간담회)
16일 외교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차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2021년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동계올림픽’으로 만들어 북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이 포함된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내며 도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촉진의 장으로 만들자고 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성과, 이른바 ‘K-방역’을 앞세운 방역·보건의료 분야의 다자협력을 제안했다.
지난 14일 화상으로 개최된 제15차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올림픽이 됐던 것처럼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안전 올림픽’으로 개최된다면 코로나19 극복과 평화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회원국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부터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교착국면을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외교력’으로 또 한번의 평화올림픽 빅이벤트를 연출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문을 연 ‘평화올림픽’으로 평가받는다. 북한 응원단 초청, 남북 단일팀 공동입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개막식 참석 등으로 남북 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까지 이어졌다.
문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자랑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목소리를 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하고, ‘원칙 외교 주의자’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는 것이다.
내년 1월 20일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할 예정인 바이든 당선인은 ‘전략적 인내’라는 대북 정책을 이끌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맡았던 인물이다.
북한의 핵 능력이 과거보다 증진된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대북 정책으로 내세울 가능성은 작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했던 정상 간 대화 ‘톱다운(Top down)’ 방식 대신 실무협상인 ‘보텀업(bottom up)’ 방식으로 대북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북·미 정상회담 추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능력 감축에 동의해야 한다’를 정상회담 조건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이른 시일 내의 북·미 정상 간 만남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북·미 실무진 간 협의에서 정상회담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 남은 시간은 1년 반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현 정부는 2022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전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가 ‘도쿄올림픽’ 스포츠 외교를 활용한 북한 비핵화 협상 재개, 나아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고 있지만, 낙관보다는 비관의 목소리가 큰 상태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시작해 국회 한·일의원연맹회장인 김진표 민주당 의원 등이 잇따라 일본을 방문했다. 이들은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일 협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일본은 관계 개선의 필요에 동의하면서도 한국 측이 갈등 해법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일본기업의 현금화 조치 철회를 재차 요구한 셈이다.
한 외교전문가는 “도쿄올림픽을 통해 한·일, 남북, 북·미 등 한반도 정세를 개선한다는 계획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계획 성공 여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북한 호응, 코로나19, 한·일 갈등, 미국의 대외정책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