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비싼 복비·거래 소강에 부동산 '직거래족' 급증

2020-11-15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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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아파트 직거래량 작년比 26%↑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도 아파트·빌라매물 속속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당근마켓' 등 온·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부동산 직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 직거래란 브로커(중개업자)를 끼지 않고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접 만나 계약서를 쓰는 형태다.

부동산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며 중개업자에만 의존하기보다 직접 발벗고 나서야 빠른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졌다.

개인은 해당 플랫폼에 광고비 없이 매물을 올림으로써 노출 빈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최근 들어 집값·전셋값이 무서운 속도로 치솟으면서 중개물건에 일정 요율(매매 최고 0.9%·임대 최고 0.8%)을 적용하는 복비 부담이 커진 점도 직거래 열풍에 한몫을 더했다.
'피터팬'은 원룸 거래 전용?...'고가주택' 직거래도 급증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의 대표주자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이하 피터팬)는 지난해 9월 이후 직거래 수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직거래 매물수와 직거래 매물을 등록한 회원수 모두 지난해 9월의 1.5배까지 성장했다. 누적 조회수는 더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선 1.65배에 달한다.

수요자가 매물을 보고 집주인에 전화·문자·채팅 등을 요청한 횟수는 지난 6월부터 급증했다. 지난 6월의 두 배, 지난해 9월의 세 배 정도라는 설명이다.

김영웅 피터팬 운영이사는 "중개업소를 통한 거래가 어려워지고 복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등 여러 요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며 "피터팬은 개인회원이 네이버부동산에 무료광고를 띄울 수 있게끔 지원한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빌라주택 등 중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직거래가 성행했지만, 현재는 아파트·오피스텔 등 고가주택 거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분양권부터 몇 십억대 아파트까지 올라오자, 피터팬 측도 카페에 '직거래 아파트'라는 새 게시판을 만들었다.

김영웅 이사는 "아파트 매매·전세·월세 직거래량의 경우 지난해 8~10월과 올해 동기를 비교하면 26% 상승했다"며 "1~3월이 성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큰 폭으로 오른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인 중고물품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서도 개인과 개인 간의 주택거래 시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당근마켓 웹사이트에 '아파트' 키워드를 입력하면 중개업소의 광고뿐 아니라 개인회원이 올린 매물이 적지 않다. 빌라부터 아파트까지 종목도 다양하다.
 

[사진 = 당근마켓 웹사이트]

전자계약은 확산에 한계...금융기관·사용자 신뢰 '난제'
직거래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진정한 의미의 직거래가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있다는 게 플랫폼 업계의 전언이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등은 개인과 개인이 만날 플랫폼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들이 보다 쉽게 계약서를 쓸 수 있도록 전자계약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아직까지는 금액대가 큰 물건을 비대면 계약하는 데 '심리적 허들'이 있다는 설명이다.

피터팬 측은 인공지능(AI)이 등기부등본을 확인, 권리분석을 해주므로 사람보다 정확하고 이용료도 저렴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용료는 3억원 이하 임대물건에 대해 5만원 정도다.

피터팬 매니저는 "피터팬을 통해 만났지만 법무사나 부동산을 통해 수수료를 부담하고 계약서를 쓰는 분들이 상당수"라며 "전자계약 땐 실명인증 과정을 거치고 타인이 임의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다는 점도 고지하지만 아직까지 허들이 높다"고 했다.

통상 부동산 매매·전세거래는 금융권 대출을 동반하는데, 금융기관에서 중개업소를 끼지 않고 작성한 계약서는 '신뢰성 부족' 등을 이유로 받지 않는다는 점도 전자계약 서비스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벽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자계약을 아예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전자계약의 경우 주담대 시 0.2% 우대금리도 적용한다"면서도 "국토부 전자계약은 중개업소가 끼게 돼 있어 은행이 거래 안정성을 중개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민간 시스템은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김영웅 이사는 "중개업소처럼 책임보험에 가입하면 신뢰성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 보험사 두 곳과 논의 중에 있다"고 알렸다.
 
택시-타다, 에어비앤비-숙박업계 이은 '밥그릇 싸움' 시즌3?
중개업자 등 기득권 세력 역시 무시하지 못할 장벽이다. 전자계약이 활성화되면 택시-타다, 에어비앤비-숙박업계 간 분쟁 이상으로 상당한 반발이 있을 거란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관계자는 "택시업계보다도 더 똘똘 뭉치는 게 중개사들"이라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브로커를 통하지 않은 거래가 활성화된 케이스가 아직 없다"고 했다.

벌써부터 플랫폼 업체 측으로 견제의식을 드러내는 중개업자도 많다. 피터팬 매니저는 "항의전화도 많다"며 "비용을 지불하고 피터팬을 이용하는 중개업소도 많은데, 우리는 그들보다 무료로 이용하는 개인의 직거래 매물이 상단에 노출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사람들이 전자계약을 많이 쓰는지 묻기도 한다"며 "전자계약을 원하는 수요자에게 '우리 서비스가 직거래보다 안전하다'고 설명하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중개업계가 플랫폼 업계와 갈등을 빚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법정 중개수수료보다 적은 돈을 받는다는 점을 앞세운 업체 '트러스트 부동산'을 고소한 바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트러스트 부동산의 경우 변호사가 부동산 중개업을 할 수 있다고 자의적 해석을 해 문제가 된 케이스"라며 "집주인이 거래사고를 스스로 책임질 수만 있다면 직거래를 하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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