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임대인' 혜택 연장에 소상공인·임대인 모두 '난색'

2020-11-1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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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6월까지 임대료 낮춘 임대인에 세제 헤택 및 금융 지원

소상공인 5.5%만 임대료 '인하' 응답...정책 효과 '글쎄'

임대료 인하 의무 아닌데...임대인들 "이분법적 사고 부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겸 제219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착한 임대인'을 위한 세제 혜택을 내년 6월로 연장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소상공인을 돕기 위해서다. 

다만, 정부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과 임대인 모두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은 정책에 세금만 투입한다는 불만만 쏟아진다.

정부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219차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소상공인 임대료 부담 완화 방안을 확정했다.

이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2월 전주 한옥마을을 시작으로 전국의 많은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했다"며 "이런 착한 임대인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임대료 인하액의 50%를 소득·법인세에서 세액공제하는 세제 지원을 내년 6월 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또 임대료를 낮춘 임대인에게는 정부의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문턱을 낮춰주고,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의 우대 금리 이용 등을 지원한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임대료 인하액의 50% 소득·법인세 감면 기간이 연장되고 이를 계기로 더 알려지면 더 많은 임대인이 참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위해 대책을 마련했지만 소상공인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의무적으로 임대료를 낮추지 않아도 되니, 임차인 간 상대적인 박탈감만 커진다는 원망도 들린다.

더구나 그동안 소상공인이 체감하지 못한 임대료 인하를 정부가 사회적 반향으로까지 치켜세우면서 시각차도 드러났다. 실제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131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년 전과 비교해 임대료가 '인하됐다'는 응답은 5.5%에 그쳤다. '변화 없음'이 80.8%였고, 오히려 '인상됐다'는 응답도 13.5%나 됐다. 소상공인의 97%가 매출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착한 임대인을 위한 세제 혜택 지원이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부담스러운 것은 임대인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임대업을 하는 이민국씨(가명·59)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이 어려워져서 9~10월 임대료를 인하했다가 이달부터 원래대로 받는다고 알렸더니 임차인들이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본다"며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인하했던 것인데 괜한 일을 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착한 임대인'이라는 명칭부터가 임대인에 너무 큰 짐을 지운다는 지적이다. 임대료를 인하해주면 착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쁜 임대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조장하는 셈이다.

임대인이라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은 것도 아니다. 김용범 차관은 "임대인이 임차인보다 형편이 낫다고 할 수 있지만 건물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차입 부담이 있고, 임대료 미납과 공실률 증가로 인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도 "임대인이지만 실질적으로 소상공인 규모에 해당해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소상공인들은 임대인의 자발적인 임대료 인하를 유도하기보다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려면 정부의 임대료 직접 지원을 고려해 주기를 바란다"며 "이 내용이 정부와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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