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받던 인권 인정받기를"...이용수 할머니, 일본정부 상대 소송서 마지막 증언

2020-11-1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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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수 할머니 "나는 위안부가 아니라 이용수"

일본, 국가면제 내세워 소송 불응....피해자 측 "'국가면제' 적용은 상호주의 위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일본 정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재판이 국제질서 속에서 외면 받았던 피해자 인권을 오롯이 한 인간으로서 보장받는 판결이 되기를 소망한다"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수 할머니의 말이다. 이날 재판은 故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20명이 일본을 상대로 1인당 2억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으로 이날이 마지막 변론기일이었다.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한 이용수(92) 할머니는 "저는 조선의 아이에서 이제 대한민국의 할머니가 됐다"는 말로 진술을 시작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저는 위안부가 아닙니다. 이용수입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제일 힘든 일이 무엇이었냐'는 변호인 질문에 "대만위안소 군인 방에 들어가는 일이 제일 힘들었다"며 “그보다 힘든 일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1946년 5월께 부산을 통해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를 보고 '엄마'라고 불렀더니, 어머니가 '제사날인 줄 알고 귀신이 왔다'며 '우리 딸은 죽었다'고 하면서 짚단에다 불을 붙이려고 해 모두 어머니를 말렸다"고 밝혔다.

'위안부 신고는 어떤 계기로 했나'는 질문엔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동에서 확성기를 들고 일본에 끌려갔던 사람 말하라고 했다"며 "동생이 죽기 전에 이를 말하니 동생이 '하세요'를 세 번을 말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생 장례를 치르고 마음이 황당해 연락을 했는데 그 때 윤미향이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데 피해자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일본 안보국장인가 하는 사람과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8번 '농담' 주고받은 걸 합의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16년 12월 2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1명과 피해자 유족 6명은 일본 정부 책임을 묻기 위해 일본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헤이그송달협약을 위반하며 3년 동안 절차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법원은 지난해 3월 공시송달을 결정했으며, 그해 5월 9일 효력이 발생했다.

그간 소송은 '국가면제' 원칙을 놓고 위안부 피해자 측과 일본 측 사이 공방이 오갔다. 일본 측은 주권국가로서 스스로 원치 않는 한 타국 법원에서 재판받지 않을 특권이 있기에 재판이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원고 대리인 측은 △헌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은 점 △일본 행위가 강행규범 위반이라는 점 △해당 범죄가 상업적 거래행위라는 점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점을 근거로 국가면제 원칙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냈다.

특히 1993년 고노 요헤이 당시 일본 관방장관이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사과한 담화를 근거로 상업적 거래행위였다고 설명했다.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 역시 “우리 공무원이 일본 내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를 경우 한국 국가가 일본 법정 피고로 선다”며 “일본은 그렇지 않다는 건 상호주의 위배다”고 설명했다.

원고 대리인은 끝으로 "20세기 최악 인권침해 사건 2개가 나치 전범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라며 "이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용수 할머니가 '나는 위안부가 아니라 이용수다'라고 말하는 것은 오롯이 온전한 인간으로서 이 사회에서 국가에게서 인정 받기 원하시는 몸부림이 아닌가한다"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더불어 "국제질서 속에서 피해자가 외면 받았던 인권이 한 인간으로서 보장받는 판결이 되기를 소망하고, 21세기 인권에 의미가 있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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