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 고용보험, 골프장 생태계 '폭탄'…일자리 줄 것"

2020-11-10 09:35
  • 글자크기 설정

국내 골프장 캐디 전국 3만3000명

고용보험 가입 시 생태계 변화 예고

[사진=김영미 제공]


"골프장의 선택으로 캐디들이 일자리를 잃을까 걱정됩니다."

지난달 2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감사. 한 여성이 발언석에 섰다. 그의 이름은 김영미. 그는 '캐디의 아이콘'이라 불린다. 1984년 부산 동래베네스트 컨트리클럽 캐디를 시작으로 골프장 중간관리자를 거쳐 베트남·중국(용산골프클럽) 등 해외에서 골프장 운영지배인과 대표이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안양컨트리클럽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지정 캐디 등 다수의 VIP를 담당했다.
그런 그를 지난 3일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모처에서 만났다. 그는 "30년간 골프장에 몸담아왔다. 그중 긴 시간 캐디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캐디에서 골프장 사장으로 올라가는 동안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국감에서 캐디들과 골프장들의 상황을 제대로 전하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국감에서 다룬 부분은 바로 캐디·택배기사·보험설계사 등이 포함된 특수 고용직의 고용보험 의무화에 대한 것이다. 국내 특수 고용직은 총 77만명. 그중 캐디는 약 3만3000명인 것으로 추산됐다.

김영미 대표는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는 코로나19가 전과 후로 나뉘듯, 고용보험 가입 이후의 골프장 생태계는 전과 후로 나뉠 것이다. 이를 '폭탄'이나 '지각변동'이라 표현할 수 있다"며 "고용의 주체인 골프장이 열쇠를 쥐고 있어서 향후 어떤 선택을 할 것인 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영미 대표에 따르면 고용보험 의무화 시행 이후 골프장은 캐디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 예측했다. 이는 골프장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근로자'에게는 퇴직금과 연차수당, 그리고 세금 등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영미 대표는 "요즘 골프장 오너들은 실용주의로 돌아섰다.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과정이라 겉 포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며 "오너들이 캐디들을 고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 다른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요즘 셀프 라운드(카트·손 카트), 마샬 캐디 등등 많은 옵션이 생겼다. 골프장에서 캐디 인원을 감축하고 옵션을 받아 드리면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셀프 라운드보다는 4인 1캐디 방식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질문에 김영미 대표는 "골프장 생태계는 변화무쌍하다. 몇 년 전 남자 캐디가 도입됐다. 당시 골퍼들은 '여자 캐디로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착됐다. 이와 마찬가지로 셀프 라운드 제도 등과 같은 메커니즘이 정착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현재도 셀프 라운드에 적응한 골퍼들이 많다"고 짚었다.

현재 80%의 캐디들은 "납세의 의무는 다하겠지만, 고용보험 가입은 반대한다"고 입을 모은 상황. 김영미 대표는 캐디들을 대변하면서도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았다. 그는 "세상이 변했다. 캐디들도 전문성을 갖춰야 살아남는다. 과연 내가 15만원(캐디피)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하고 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기계나 운영 시스템들이 대체하지 못하도록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캐디들과 대화를 나누는 김영미 대표이사[사진=김영미 제공]

중국에서 캐디를 대상으로 강연 중인 김영미 대표이사[사진=김영미 제공]


이제 시행은 불 보듯 뻔해졌다. 여당과 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77만명 분의 세수와 인정되는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감 당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 국회의원의 질문에 "근로자가 맞다"고 답했다. 고용보험 가입은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

김영미 대표는 "현 시스템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라는 바이지만, 고용보험 의무 가입은 시간의 문제이지 시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감 당시 '시의성'을 주장했다. 모두에게 생각하고 좀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제도 변화에 따른 준비, 정확한 교육과 개선 방안 등도 앞으로의 과제다. 국감에서는 '사측이 힘들지 않을 정도로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특수 고용직에 한정해 사회적 보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국가가 절반을, 캐디가 절반을 내는 것이 좋다고 본다. 사측도 기존 방식을 유지할 것이고, 캐디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에 김영미 대표는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 캐디 문화는 일본에서 넘어왔다. 현재 일본은 셀프 라운드 시스템으로 많이 운영되고 있다. 캐디는 직영체제보다는 아웃 소싱 업체에서 파견된 캐디가 대부분이며 고령화되어 있다. 한국도 향후 이와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현재 고용보험 시행을 통해 불안해하는 캐디들과 골프장들을 위한 무료 교육을 준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