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부회장 등 5명에 대한 파기환송심 5차 공판을 열었다.
지난 1월 17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정식 재판이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해 이 부회장도 법정에 섰다. 재판부는 지난달 26일 공판준비기일에도 출석을 요구했지만 이 부회장은 25일 별세한 아버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례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30분 전인 이날 오후 1시 35분쯤 회색 양복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파기환송심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도착했다.
취재진이 '10개월 만에 법정에 출석했는데 심경이 어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다른 재판도 받는 입장은 어떤가' 등을 물었지만 이 부회장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이날 재판에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이 항소 이유를 다시 정리해 발표하고, 삼성그룹이 만든 준법위 활동을 평가할 전문심리위원 선정 등이 다뤄졌다.
앞서 이 부회장 측은 대구고등검찰청장 출신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특검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를 각각 추천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 모두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전문심리위원단은 재판부가 지정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모두 3명으로 꾸려졌다.
선정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재판부와 특검, 특검과 변호인 간 의견이 달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 선정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변호인으로, 이 부회장 등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복현 부장검사는 재판부와 한참 다툼을 벌이다 재판정을 나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등을 도와달라고 청탁하고 그 대가로 뇌물 298억2535만원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각각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첫 재판에서 삼성에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하고, 올해 1월엔 이 제도를 이 부회장 감형 요건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피고인에게 편향적"이라며 지난 2월 재판부 변경을 신청했지만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삼성은 특검 반발과 관계없이 준법감시제도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1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지정하고, 2월에는 준법위를 정식 출범했다. 지난 5월엔 준법위 요구를 받아들여 이 부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