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하면서 전세가율이 반등했다. 매매 시장이 강보합 상황에서 전셋값만 오르는 양상이라 이 현상이 유지된다면 매매가격을 함께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0월 수도권의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전세가율)은 66.0%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 7월 65.4%로 2014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인 전세가율이 새로운 임대차보호법의 영향으로 상승전환한 것이다.
전세가율은 집값 흐름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전세가율이 오르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늘면서 집값이 오른다. 역대급 전세난에 전세 대신 중저가 아파트에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도 늘어난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첫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값은 0.17% 상승해 지난주(0.13%)보다 오름폭을 키웠다. 이는 지난 6·17 대책 발표 직후인 6월 넷째 주(0.22%)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의 경우, 강남권 고가 단지보다 중저가 아파트가 많은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가 집중됐다.
중랑구는 0.08% 올라 2018년 10월 첫째 주(0.10%)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중랑구는 10월 전세가율이 66.6%로 25개 서울 자치구 중 관악구(67.5%) 다음으로 가장 높은 곳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전세가격 상승이 상대적으로 주춤하던 매매가격을 받쳐주면서 급등한 가격을 지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청약 대기 수요 등은 전세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갭투자가 다시 활기를 띄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전세 시장 안정 대책을 이르면 이번주 발표할 예정이다. 해결 방안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임대주택 수천 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 중 일부는 집값이 더 오르기 전 중저가 아파트 구매로 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현재는 강도 높은 규제가 갭투자 수요를 어느정도 억제하고 있지만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다시 갭투자가 이뤄지고 집값을 끌어올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