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300여 개에 달하던 국내 상조업체가 70개 대로 떨어졌다. 부실 상조업체를 걸러내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상조업체) 자본금 요건을 강화한 이후 등록 업체 수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도 선수금 쏠림 현상과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해지 증가로 영세 업체 폐업이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8일 상조업계에 따르면 ‘이편한라이프’가 지난달 폐업하면서 전체 상조업체 수는 79개로 감소했다. 부산에 위치한 이 업체는 올 3월 말 기준 선수금 4억원의 소규모 회사였다. 은행에 예치한 선수금이 의무보전비율(50%)을 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지적을 받은 바 있는데,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폐업했다.
제도상으로는 지난해 1월 전후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경쟁력 있는 상조업체만 남아있어야 하지만, 허위 보고나 회계 부정 등을 통해 부실 업체가 생명을 연장하는 경우도 많다. 공정위는 현장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례를 적발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해약 사례가 늘어나면서 영세 업체 폐업도 증가하고 있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업체가 폐업 신고를 해도 후불식 상조 형태로 영업을 계속해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폐업할 업체의) 정확한 숫자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구조조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상조업계 구조조정은 큰 틀에서 긍정적이다. 선수금만 받고 장례행사를 집행할 능력은 안되는 영세 업체를 퇴출하고, 소비자들이 비교적 튼실한 업체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세 업체가 폐업하는 과정에서 기존 가입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상조회사는 고객 선수금을 받으면 50%를 공제조합 또는 은행에 예치하는데, 업체가 폐업하면 고객은 낸 돈의 절반만 돌려받을 수 있다. 일부 업체는 의무예치비율을 지키지 않아 이마저도 환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정위는 업체 폐업에 따른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제조합과 함께 ‘내상조그대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부실 업체가 폐업해도 다른 회사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는데, 이 비용은 예치금으로 돌려받은 돈으로 대체할 수 있다. 현금으로 돌려받으면 선수금의 50%를 손해 보기 때문에 추가 비용 없이 장례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개념이다.
보완책은 마련돼 있지만, 빈틈도 존재한다. 상조 업계는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상품 특성상 고령층 가입자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가 만든 제도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정보를 들었다고 해도 완전히 이해한 채 활용하기 어렵다. 또, 폐업을 한번 경험한 가입자는 상조 상품에 대한 불신이 커서 새로운 회사를 믿고 재가입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공정위에서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상조그대로 서비스 홍보를 강화하고, 해당 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영세 업체가 폐업하면) 내상조그대로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이 조금 더 안정적인 업체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게 안내한다. 이를 원하지 않으면 선수금 의무 보전 비율만큼 되돌려 주고 있다”며 “(내상조그대로에 대한) 홍보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 공정위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