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으로 중단됐던 판문점 견학이 13개월 만에 재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4일 판문점 견학의 본격적인 재개에 앞서 열린 판문점 견학지원센서 개소식에서 “오늘부터 판문점이 새롭게 문을 열고, 다시 ‘국민의 판문점’으로 다가간다”고 판문점 견학 재개를 알렸다.
판문점 견학은 오는 6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그에 앞서 통일부는 이날 판문점 견학지원센터 개소식과 일반 국민을 포함한 견학단 79명을 초청해 시범견학을 진행했다. 이날 하루 1회로 진행된 시범견학은 주요 내빈, 외교단, 일반 국민, 취재진 등이 포함됐다.
시범 견학단은 임진각 판문점 견학 안내소를 거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판문점 순으로 이동했다. 판문점에서는 ‘자유의 집,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 기념식수 장소, 도보다리, 장명기 상병 추모비’ 순으로 견학을 진행했다.
자유의 집에선 남북정상회담의 순간이 고스란히 담긴 기념사진 5점이 견학단을 먼저 반겼다. 참가자들은 2층으로 올라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약식회담을 했던 회의실도 둘러봤다.
자유의 집에서 견학단을 맞이한 버크 해밀턴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은 “판문점은 대화의 장소이다. 회의장 건물들은 남북 간 자유 왕래가 가능한 최적의 장소로 고려해 설치했다”면서 “판문점은 대화를 촉진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폭력 사태도 일어났다”고 말했다.
유엔군사령부 버스를 타고 판문점으로 이동하는 중간 창문 밖으로 북한 사람들이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북한 측 판문각은 사람이 없는 듯 조용했지만, 일부 북한군이 창문틀에 카메라를 대고 렌즈를 통해 남측 지역을 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T2 회의실, 기념식수 장소 등을 둘러본 뒤 도보다리로 이동했다. 도보다리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배석자 없이 단둘이 길을 걸으며 대화를 나눴던 곳으로 ‘평화의 아이콘’으로 불렀다.
그러나 2년 뒤에 마주한 도보다리는 남북 관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해밀턴 대령은 도보다리 상황에 대해 “교량이 가라앉는 중이라 견학할 수 없다”면서 “회담 당시에 임시로 지어진 다리이다 보니 상태가 많이 낙후됐다”고 했다. 그
러면서 지난 9월 홍수로 인해 땅속에 묻혀 있던 지뢰가 떠밀려 내려와 도보다리 아래 습지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리 밑에 지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미 150개가량 지뢰를 제거했는데, 홍수 이후로 더 떠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 유엔군사령부는 통일부 측에 교각 보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한편 판문점 견학 재개는 철저한 방역 강화 조치와 함께 진행된다. 통일부는 방역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방역대책 수립 및 동선별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개소식 시작 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견학 문제는 남북 상호 간에 연동된 문제는 아니다”라며 “북측이 판문점 견학을 재개하는 건 전적으로 북측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판문점 견학을 재개하는 과정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그다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동안에 나름대로 방역 당국과 감염병 차단 통제 등 관련해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상의하고 또 대비를 해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