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묘기지권 시효취득 합헌'…'관습법도 위헌심사 대상' 재확인

2020-11-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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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내부. [사진=아주경제 DB]


헌법재판소가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하나인 시효취득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관습법도 헌재의 심판대상이 된다는 종전 입장도 다시 확인했다.

4일 헌재는 A씨 등이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인 시효취득 부분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대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부천 오정구 소재 임야에 소유권을 가지고 있던 A씨는 자신의 임야에 있던 분묘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른 곳으로 옮겼다. 이에 해당 분묘를 관리하고 있던 황씨는 A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 승소했고 A씨는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에 관한 관습법 등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A씨는 분묘기지권에 관한 관습법 중 타인의 소유토지에 소유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하면 지상권과 유사한 관습상의 물권인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한다고 규정한 부분 등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분묘기지권은 오랜 세월 우리의 관습으로 형성·유지돼 왔고 현행 민법 시행 이후에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일관되게 유지돼 왔다"며 "전통문화 보호와 법률질서의 안정이라는 공익은 매우 중대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의 관습법은 평온·공연한 점유를 요건으로 하고 있어 법률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분묘기지권 시효취득을 배제하고 있다"며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분묘의 수호·관리에 필요한 상당한 범위 내에서만 인정되는 등 토지 소유자의 재산권 제한은 그 범위가 적절히 한정되어 있어 과도한 제한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남의 땅에 묘를 썼더라도 20년간 문제가 없었다면 해당 분묘가 소재한 토지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는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부분도 거론됐다.

반대의견을 낸 이은애·이종석재판관은 "관습법은 헌법 규정에 의해 국회가 제정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받은 규범이라고 볼 수 없고, 관습법에 형식적 의미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관습법은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의견을 냈다. 앞서 2009년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도 "관습법 법률은 국회의 의결을 거친 이른바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취지로 헌재 위헌법률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수의 재판관은 "관습법은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다. 앞서 2013년 헌재가 "관습법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법률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이 사건의 관습법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고, 단지 형식적 의미의 법률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했었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헌재 측은 "관습법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본 선례를 유지했다"며 "관습법이 재산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심사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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