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덫에 걸린 코로나 경제] ① V도 U도 아닌 'K'였다

2020-11-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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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 여력·의료 인프라 부족… 확진자 늘고 경제 회복은 더뎌

국가 내에서도 고소득·고학력자 일자리는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는 모습이 알파벳 'K'모양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역·산업·사회계층별로 양극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향후 글로벌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K자형 회복은 전세계가 동반 침체에 빠진 후 회복이 '투트랙(two-track)'으로 전개된다는 의미다. 회복력이 높은 쪽과 그렇지 못한 쪽 간의 간극에 45도 방향으로 벌어지게 된다. 

국가별로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사용한 선진국은 가계 구매력이 빠르게 반등했다. 그러나 신흥국은 재정여력 뿐만 아니라 의료·방역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코로나19 진압에 실패하며 경제적 혼란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선진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규모는 6월 기준 GDP의 20%에 육박하지만 신흥국은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한 제로 또는 마이너스의 실질금리로 장기자금 조달이 가능한 선진국과 달리 신흥국은 외국인 자본 유출 등으로 적극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 수에서도 나타난다. 중남미 지역은 전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2%로 10분의 1이 되지 않지만 9월 말 기준 코로나 확진자(38%)와 사망자(34%)의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의 차이 뿐만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교육 수준과 산업 형태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르게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바이든이 K자 양극화 회복을 언급하며 이슈로 떠올랐다. 실제로 K자의 하방경로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은 실업보험 청구건수가 증가하고 무료음식 배급소를 이용하는 반면 상방경로에 있는 노동자들은 금융, 실물 자산의 가격 상승에 힘입어 순자산이 증가하는 게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연간준비제도(Fed)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은 전기대비 6.8% 증가한 119조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순자산의 71%는 상위 20%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도 주가와 부동산 가격도 치솟고 있다. S&P500 지수는 지난해 하락폭 전체를 만회하며 9월 중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미국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주택 판매가격 중앙값은 지난해 8월 대비 11.4% 상승했다.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코로나19 사태와 K자형 양극화 회복경로' 보고서가 인용한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과 9월 사이 흑인 및 중남미 여성 일자리는 각각 11.9%와 12.9% 감소한 데 반해 백인 남성 일자리는 5.4% 감소하는 데 그쳤다.

또한 학사 학위 이상을 보유했던 노동자들은 9월 들어 일자리를 거의 회복한 반면 고졸자의 일자리는 11.7%, 고교중퇴자는 18.3% 줄어들었다.

재택 근무가 가능한 지 여부도 일자리 회복세의 차이에 영향을 미쳤다. 식당, 소매업, 접객업 일자리는 봉쇄조치의 직격탄을 맞았으나 경영, 금융 등 재택근무가 용이한 고학력과 고소득 직종 노동자들은 일자리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교육 수준과 인종에 따라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는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에버코어ISI 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 시간당 임금이 16달러 이하인 노동자의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월에 비해 26.9% 감소하는 등 실업 상태가 지속하고 있다. 반면 시간당 임금이 28달러 이상인 화이트칼라 직장인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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