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구습일도쾌단근주(革舊習一刀快斷根株·뜻을 세우면 칼날로 뿌리를 자르듯 낡은 제도와 습관을 버려야 한다) <5월 27일 남북협력법 개정안 온라인공청회>
#미병성재고금상책(弭兵省財古今上策·전쟁을 막고 재물을 쌓는 것이 과거나 지금이나 가장 좋은 대책) <6월 16일 인천시 강화도 석모도 대북전단 살포차단 현장 점검>
서호 통일부 차관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백현갤러리에서 개최 중인 자신의 서예 전시회 ‘남북동심(南北同心):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 작품들을 한국에서 공부 중인 외국인을 대상으로 직접 설명하며 남북 관계에 대해 서로 소통할 예정이다.
200여 차례 남북 회담에 참여하는 등 남북 관계 역사의 증인이기도 한 서 차관은 정부 주요 행사에서 종종 자신이 직접 쓴 서예 글귀를 선보이며 통일정책 방향성을 제시하곤 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9·19 평양공동선언’ 2주년을 기념해 남북 관계 해법을 고뇌하며 써 내려간 31점의 글귀를 모아 ‘남북동심: 평화와 공동번영의 한반도’를 주제로 서예전을 발간했다.
지난달 19일부터 29일까지 경기도 파주 평화순례자갤러리에서 첫 개인 서예 전시회도 열었고, 두 번째 전시회는 일백현갤러리에서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5일까지 진행한다.
서 차관은 3일 통화에서 ‘남북동심’ 서예전에 담은 31점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글귀로 지난 6월 석모도에서 언급한 ‘미병성재고금상책’을 꼽았다. 그러면서 “평화와 번영이 서로에게 상책”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라는 국정 지표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서예전에서도 해당 글귀에 대해 “한반도에서 전쟁의 불안한 그림자를 지우고 남북이 함께 잘살아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 차관은 서예전 발간 소식을 전하며 “쉽지 않겠지만, 남북동심으로 한반도 주변 국제 냉전 체제를 이젠 잘라내야 할 때”라며 “이를 위해 9·19 선언 등과 같은 결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붓글씨를 썼다”고 밝혔다.
서 차관은 통일부에서 보낸 35년의 긴 여정 속에서 남북 관계가 막히면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서예전을 준비하며 먹을 갈아 마음을 다스리고, 붓을 들어 각오를 다졌다. 천(天)·지(地)·인(仁) 등 3가지 주제로 쓴 31점의 서예 작품 창작을 마친 뒤에는 ‘기다림’이란 세 글자를 마음에 새겼다.
서 차관은 자신의 공직생활을, 남북 관계를, 화선지 위에 먹물을 머금은 글씨와 닮았다고 표현했다. 남북 관계가 때로는 흩뿌려진 먹물 방울처럼 혼란스러웠고, 때로는 흐릿하게 번진 글씨처럼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 붓을 들지 못한 채, 흰 여백처럼 빈 시간이 있었던 반면 힘있게 내리긋는 마지막 필 획처럼 강렬했던 순간도 있었다.
서예전의 주제인 ‘남북동심기리단금’은 ‘이인동심기리단금(二人同心其利斷金·두 사람이 합심하면 그 날카로움이 단단한 쇠도 끊을 수 있다)’은 글귀에서 ‘이인’을 ‘남북’으로 바꾼 것으로, 남북이 협력하면 70년간 이어진 분단의 아픔을 끊어내고 한반도의 운명을 ‘평화’로 바꿀 수 있다는 서 차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편 서 차관은 지난 1985년 이세기 전 통일부 장관 비서관을 시작으로 통일부 기획조정실장·교류협력국장·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 등의 보직을 거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으로서 2018년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우리 측 선발대 단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그는 방북해 9·19 선언 역사의 현장에 있었던 인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