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살인' 이춘재, 34년 만에 대중 앞에서 한 말은...

이춘재가 출석해 증언한 수원지방법원 법정 모습. [사진=연합뉴스]

1980년대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벌어진 14건의 연쇄살인사건을 자백한 이춘재가 처음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오후 수원지방법원에서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춘재는 재차 자신의 모든 범죄를 인정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록색 수의를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입장한 이씨는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진실만을 말하겠다”며 증인 선서로 입을 열었다.

이씨는 1968년 일어난 여중생 성폭행·살해 사건(이춘재 8차 사건)에서 범인으로 검거된 윤성여씨가 20년 복역 후 작년 11월 청구한 재심에 증인으로서 법정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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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 변호인의 질문으로 시작된 이 날 증인신문에서 이씨는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뒤에 남은 가족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느냐’의 물음에 “몰랐다”고 답했다.

범죄 동기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생각해도 당시에 왜 그런 생활을 했는지 정확하게 답을 못하겠다”며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해서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고 당시 상황에 맞춰 (살인을) 하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고 회상했다.

윤씨를 포함해 당시 범인으로 몰려 경찰서로 끌려간 사람들에 대해서는 “저로 인해 죽은 피해자들의 영면을 빌며, 유가족과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사죄드린다”며 “제가 이 자리에서 증언하는 것도 작은 위로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이 마음의 평안을 조금이라도 얻었으면 한다”고 사죄의 뜻을 전했다.

또, “제가 저지른 일은 앞으로 없어질 수 없다”며 “모든 분에게 반성하고 또 반성하며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부는 언론의 이씨 실물 촬영 요청을 ‘증인 신분’ 등의 이유로 거절했다. 다만, 공판에 방청객이 몰리는 등 재판에 대한 관심도를 고려해 별도의 중계 법정 1곳을 마련했다.
 

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9차 공판에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7월 경찰은 8차 사건 재수사로 드러난 이씨의 범행을 공소시효 만료로 인한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씨는 작년 9월 8차 사건을 포함한 10건의 화성사건과 다른 4건의 살인사건 범행 사실을 자백했다.

윤씨의 재심 청구에 법원은 올해 1월 개시 결정을 내렸으며 검찰과 변호인의 이씨에 대한 증인 신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당시 범인으로 검거된 후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심과 3심에서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인한 허위 자백을 주장했으나 기각돼 복역 후 2009년 가석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