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장수영 코트라 팀장 “해외주재원 성패, 언어실력보다 진정성이 좌우”

2020-11-0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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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베테랑 해외주재원 노하우 담은 <웰컴 투 해외주재원의 세계> 펴내

1998년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터키 이스탄불, 다시 파리에서 주재원 근무. 그 후 뉴질랜드 오클랜드무역관장, 이탈리아 밀라노무역관장까지… 코트라(KOTRA) 근무 경력 30년 중 절반 가까이 해외에서 보낸 장수영 코트라 외투기업채용지원팀장이 자신의 해외주재원 생활 노하우를 담은 ‘웰컴 투 해외주재원의 세계’를 펴냈다.

지난 9월 코트라 홍보실이 아닌 그가 직접 보낸 책 소개 이메일을 보고 ‘이분 상당히 적극적인데?”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튿날 회사로 그의 책 한 권이 택배로 도착했다. 처음에는 해외주재원 생활의 감흥에 젖은 에세이나 흔한 안내서 정도가 아닐까 싶었다. 기우였다. 그는 인천공항에서 출국하기 직전까지 준비사항과 마음가짐, 현지에서 집을 얻는 방법, 자녀의 현지 입학과 귀국 후 특례입학 등 교육문제, 알뜰 현지 여행법, 재테크방법, 가족 심리관리법까지 주재원 생활의 A~Z까지 꼼꼼하게 담았다.
 

장수영 코트라(KOTRA) 외투기업채용지원팀장이 아주경제와 만나 자신이 펴낸 책 '웰컴 투 해외주재원의 세계'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석유선 기자 stone@]


주변에서는 “남들이 부러워만 하는 주재원 이야기를 뭐 그리 세세하게 쓰냐”는 타박도 들었다. 평생 한 번도 나가기 힘든 해외주재원 생활을 코트라 임직원 중 상당수는 장 팀장처럼 서너 번씩 경험한다. 우리 기업의 무역투자 진흥을 책임지는 코트라 직원들로선 당연한 일이지만, 일반인들에겐 선망의 대상인 동시에 질투를 받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 팀장은 “대한민국이 이렇게 국제화됐는데, 더는 해외주재원은 드문 포지션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해외주재원으로 나설 때 여러 안내서와 교육을 참조했지만, 실무 노하우를 배울 책이 없다는 점이 직접 책을 쓴 동기다. 자신이 경험한 해외주재원 생활의 장점이 너무나 많기에 그것을 경험할 후배와 동료들에게 ‘과오 없는 길’을 안내해주고 싶었단다.

그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현지 언어를 정말 네이티브(현지인)처럼 잘해야 하나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한국외대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장 팀장은 전공 덕에 파리에 두 번이나 근무했지만, 지금 자신의 불어 실력은 평균 정도다. “해외주재원은 외국인이에요. 현지인처럼 말할 수 없죠. 파리에서 영어로 질문하면 무응답이란 말은 옛말이에요. 영어가 되는 사람은 모두 잘 답해줍니다.” 현지 언어, 특히 영어가 아닌 제2외국어를 잘하는 것은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의 필요조건이 될 뿐이다.

장 팀장은 언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해외주재원으로서 현지 근무에 임하는 태도, 즉 진정성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부 주재원은 파견근무지가 탐탁지 않아 불만을 표하다가, 현지 지사 직원들과 갈등을 빚다가 중도에 포기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이 경우 코트라는 막대한 정부 예산을 낭비하게 되고 기업도 적잖은 물리적 시간적 손해를 입게 된다.

장 팀장은 “3~5년이란 파견 기간은 주재원 개인과 가족들에게 값진 시간이 될 수 있고 파견한 기업에도 막대한 투자를 한 셈”이라면서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갈등과 문제에 부딪혔을 때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그런데 현지 직원들과 진정성 있게 진심으로 대화하면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어요”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현지에서 나고 자란 교포나 원어민들을 이해할 수 있는 문화지능지수(CQ)를 키우는 능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화가 위대하지만, 그것이 상대국보다 우월할 수는 없기에 다른 나라의 문화를 수용하려는 태도를 갖추면 보다 현지에 적응하기 쉽다는 뜻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해외주재원으로 나갈 길이 좁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장 팀장은 지금의 시기야말로 준비를 제대로 할 기회라고 본다. 그는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해외에서 헌신적으로 뛰던 해외주재원들의 활약이 대단했기에 위기 극복이 빨랐다”라면서 “이제 다시 그들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라면서 이 책이 그들을 위한 실용서가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장수영 저서 '웰컴 투 해외주재원의 세계' [사진=YH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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