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더를 찾아⑪] IB업계의 맏형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2020-10-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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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NH투자증권 제공]


“금융당국의 감독기능이 기업에 대한 직접 규제는 풀되 직접 금융시장의 주체인 투자자보호를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한층 강화돼야 한다.”

1세대 투자금융(IB) 전문가인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1996년 대우증권 자금팀장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24년 전 투자자보호를 강조해온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도 고객에 집중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우선으로 꼽았다. 그런 그가 옵티머스 사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사실상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어 뭇매를 맞고 있다. 
 
옵티머스 날벼락 맞은 IB업계 맏형
1964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난 정 사장은 경북사대부고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대우증권에 입사하며 투자금융업계에 첫발을 내딛었다. 이후 대우증권 자금부장과 주식인수부 부장, 투자금융2 담당 상무를 지낸 뒤 우리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장 상무로 자리를 옮겼다.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하면서 그는 NH투자증권 투자금융사업부 대표 및 부사장을 지냈다. 특히 정 사장은 투자금융(IB)사업부 대표로 재직 당시 인수합병과 기업공개 주관 등의 업무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 2018년 3월부터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다. 
그런 그가 옵티머스 사태로 공격의 대상이 됐다. 금융투자업계는 치밀하게 꾸며진 ‘사기’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오히려 정 사장이 지나치게 공격을 받고 있다고 말한다. 경영진이 판매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인데도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되며 마치 그로 인해 모든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확대 해석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평소 꼼꼼한 정 사장의 성격을 알면 이를 가만 두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회사의 딜(계약)을 위해 모든 약속도 마다하고 영업 현장으로 뛰는 사람으로, 하나라도 빈틈이 보이거나 문제의 소지가 예상되는 상품을 팔았다면 현재의 자리에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가 IB업계의 맏형, IB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히는 이유가 바로 신용과 정직이었다.

그는 IB부문 대표 재직 시절 경쟁 증권사로부터 사장 제의를 수차례 받았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IB업계에 대한 애정과 뚝심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을 일이다.
 
회사는 여전히 탄탄

시련이 이어지고 있지만 회사는 탄탄하게 움직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2397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97.5% 증가한 수치로 이는 시장 전망치를 41.1% 상회하는 실적이다. 일평균 거래대금이 전분기 대비 증가한 것도 있지만 인수 및 주선수수료 수익은 전분기 대비 36.5% 증가하는 등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에서의 꾸준한 실적 향상이 배경이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NH투자증권이4000억원 규모의 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고에 따른 손실을 감내할 만한 수준의 체력을 비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1000억원 정도 충당금을 적립한 바 있으며 최대 75%를 배상하더라도 3000억원 수준으로 향후 이익으로 감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 추가 환매 중단 사고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사태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4분기 실적은 다소부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기우라는 설명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증시조정 흐름을 감안하면 4분기 운용이익 둔화가 불가피해 보이나 ELS조기상환 확대 및 금리변동성 축소양상 감안 시 트레이딩 수익의 감소 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옵티머스 펀드판매 관련 비용인식이 향후 실적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 있으나 경상적 이익창출 역량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사장의 좌우명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로 알려져 있다. 시련이 있다면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그는 옵티머스 사태를 두고 ‘피하지 않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사태를 즐기지는 않을 것이다.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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